한때 '테슬라 대항마' 美루시드, 4조원 조달했는데 주가는 왜 '뚝'?

/사진=블룸버그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가 회사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30억달러(약 3조984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최대 주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금리인상, 업계 경쟁 심화, 실적 부진 등에 따른 현금 부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모집엔 성공했지만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 추락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루시드는 5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최대 국부펀드인 사우디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약 18억달러에 회사 주식 2억6570만주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당 약 6.8달러로 31일 종가(7.76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신주 배정은 오는 26일 완료될 예정이다. 나머지 1억7350만주는 보통주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루시드 측은 "대주주와 일반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일반 기업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조달된 자금을 회사 운영과 자본 지출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수혈은 루시드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루시드의 증자 발표 이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서 8.76%가 떨어졌다. 이번 조치가 루시드의 유동성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겠지만, 회사의 고질적인 현금흐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란 분석이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루시드는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21년 7월 특수목적법인(SPAC)과 합병하는 형태로 미 나스닥에 상장해 미 전통 자동차업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을 뛰어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하는 지출비용 증가와 수요 악화 등으로 영업손실이 커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커졌다. 2021년 한때 주당 50달러를 웃돌았던 주가는 7달러대도 추락했고, 시가총액도 900억달러 이상에서 142억달러로 내려앉았다.


루시드의 셰리 하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서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약 41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루시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4분기 17억4000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 9억달러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조엘 레빙턴 분석가는 "추가 자금(수혈)은 단기적으로 (루시드의) 재정적 유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회사는 내년에도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루시드의 현금 문제를 해결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분율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월 말 사우디의 추가 투자에 루시드 주가는 한때 1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심화 속 사우디가 친중국 행보를 보이는 만큼 사우디 국부펀드의 지분 확대가 장기적으로 회사 사업 전략에 걸림돌이 될 거란 지적이다. PIF는 2018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루시드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2021년 대주주로 등극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PIE는 현재 루시드 지분 약 60%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