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이달 국회서 논의될까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도입이 절실한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 논의가 이달 국회에서 구체화될 지 주목된다. 그동안 펫보험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 등이 쉽지 않아 성장이 더뎠다. 보호자에게라도 진료기록 공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호자 요청 시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4개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중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낸 법안은 법안소위에 이미 상정돼 있지만 2년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진료기록 발급 의무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추정 개체수는 799만마리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준 보험사들이 보유한 반려동물보험 계약 건수는 7만1896건으로 전체의 0.9%만 펫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보험사들이 선뜻 보장 범위를 넓힌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료비 관련 통계나 데이터가 부족해 보험료 산정이나 손해율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펫보험에 가입해도 보험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현재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반려 동물을 진료하고 진료비 등이 기재된 진료기록을 발급할 의무가 없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진료기록 발급을 요청해도 거부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카드 영수증을 보험사로 보낸다. 하지만 보험사는 진료 내용이 없는 영수증만을 기준으로 보험급 지급을 위한 손해사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가입자들은 보험료 대비 보장이 제대로 안 된다고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3차 정책화 과제'에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확대'를 포함시키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농축산식품위가 정책 현안을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물론이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을 위해서라도 동물 진료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명과 진료행위의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해 동물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