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내 건강 어때" "혈압 높아요"…몸속까지 비춰본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내 주거공간인 '스마트빌리지' 전경

#매일 아침 조도·습도 등 실내 환경이 최적화된 방에서 일어난다. 거울과 디스플레이 화면을 겸하는 '스마트 미러'에 밤새 내 건강지표 기록이 나타난다. 화면은 순식간에 내 취향과 오늘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입은 내 모습으로 바뀐다. 집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를 타려는데, 교통정체를 예상한 인공지능(AI) 비서가 수요응답형버스(DRT)를 대안을 제시한다. 퇴근 후에 들른 AI 체육센터에서는 내 상태에 맞춰 운동기구 무게·높이 등이 자동으로 설정된다.

이달 15일 찾아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내 마련된 '스마트빌리지'에서는 먼 미래 도시 생활이라고 여겨졌던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졌다. 스마트빌리지는 앞으로 스마트시티에 구현될 생활 방식과 신기술을 먼저 적용하는 '리빙랩' 실증단지다. 전체 2만㎡(약 6000평) 면적에 총 56세대, 200여명이 5년간 거주하면서 스마트시티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41개 첨단·친환경 기술 적용한 스마트 주택단지 '스마트빌리지'

스마트빌리지 주택에는 스마트미러 등 모두 17종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기들이 설치됐다. 3층형 주택 주방 모습.

스마트빌리지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택 단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설계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스마트시티 첫 실증 단지답게 41개 첨단·친환경 기술이 곳곳에 적용됐다. 지열·수열, 태양광으로만 냉·난방하는 에너지 100% 자립 단지다. 물이 통과하는 '투수성 블록'을 사용해 빗물을 집수, 채소 재배나 청소용수로 사용한다. 경비·청소·서빙 등을 수행하는 무인 청소·경비 로봇, 생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운영·관리하는 데이터 플랫폼 등이 도입됐다.


실제 주민들이 사는 스마트주택은 근미래의 신기함과 쾌적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주방 옆에 설치된 스마트거울은 겉모습뿐 아니라 체성분, 활동량, 식전혈당, 혈압 등 몸 안 상태로 비췄다. 매일 확인하는 건강 정보는 맞춤 운동·식단과 의료상담에도 활용된다.

김지원 한국수자원공사 스마트시티운영부장은 "집 안팎에는 모두 17종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가전·설비를 설치해 미래 생활상에 따른 주거환경을 조성했다"며 "입주민들은 가구구성원에 따라 2층·3층형 스마트주택에 살면서 여러 생활상을 경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센터·웰니스센터 첨단 주거시설 구축…물·에너지·안전·건강 정보 실시간 모니터링

스마트빌리지 커뮤니케이션센터 외부 전경.

단지에는 주거 공간 외에도 관제실인 '플랫폼센터'와 스마트농장, 웰니스센터, AI 체육센터 등을 갖췄다. 플랫폼센터에 들어가면 영화에서 본 듯한 대형 디스플레이에 단지 내 물·환경·에너지·교통·안전 등 실시간 정보가 확인된다. 세대별 에너지 사용량부터 주차공간 정보, 실시간 출입이력, 재해정보, 날씨, 분리수거 현황, 건강정보까지 모두 집계된다.

공용공간인 커뮤니케이션센터에는 원격 의료상담이 가능한 '웰니스센터'와 AI 체육센터가 마련돼 있었다. 웰니스센터에서는 상주 간호사와 개인별 건강기록에 따라 수시로 건강상담을 받거나 고신대병원 의료진과 연결해 비대면 화상 진료가 가능했다. 입주민들은 보통 1주일에 한두차례 정도 방문해 상담받고 있었다. 웰니스센터 건너편에는 AI체육센터가 있다. 매일 분석한 체성분, 근육량 등에 따라 개인 맞춤형 운동법을 알려준다. 개인 근력에 따라 운동기구 최적 무게량이 자동 입력되고 전문가의 운동처방까지 받을 수 있다. 첨단 운동기구는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업해 제작했다.
전세계 53개국 방문단 "실험적 주거공간 적용 기술·데이터 활용 방안 관심"

스마트빌리지 내 웰니스센터에서는 비대면 원격진료와 개인별 건강 모니터링 정보에 따른 건강상담이 가능하다.

단지 외부 한쪽에는 빗물 등을 활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재배한 작물은 입주민들이 나눠 먹는다. 단지 도로에는 수시로 자율주행로봇이 돌아다닌다. 자율주행 기반 도로청소 로봇과 무인경비로봇 총 2대를 운영 중이다. 곳곳에 설치된 미디어폴에서는 각종 영상과 뉴스, 정보 등이 나오고 있었다. 미디어폴은 시간대에 따라 조도를 달리하는 스마트 가로등 역할도 한다. 단지 안팎 건널목은 보행자 우선에 맞춰 초록 불을 유지하다가 도로에 주행차량을 감지해 신호를 제어한다.


스마트빌리지는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방문단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53개국 정부·공공기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정구호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팀 전문위원은 "스마트도시의 생활상을 실제로 구현한 실험적인 주거 공간과 적용 기술,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