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려니 또…HLB그룹, 공매도 몸살

신약 개발사 HLB그룹이 반복되는 공매도에 속앓이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 임상 3상 성공과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이라는 호재에도 주가가 오를만하면 공매도가 쏟아져 제자리 걸음이다. 주주들은 기관의 공매도가 '의도적인 주가 떨어트리기'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B그룹 주주연대 '주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HLB와 HLB생명과학에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조사 민원을 접수했다. 특정 기관과 외국인 등이 장기간 공매도로 주가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처럼 HLB와 HLB생명과학은 수년째 주가가 우상향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HLB는 시가총액 4조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함께 코스닥 제약 대장주로 꼽힌다. HLB생명과학 역시 시총 1조원 규모다. 올들어 다른 종목들이 크게 반등하는 동안 두 종목은 제자리걸음 하며 시총 순위는 내려왔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5위였던 HLB는 현재 JYP Ent.에 자리를 내주며 6위로 밀렸다. 올해 HLB는 2만원 후반~4만원 사이 좁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다. HLB생명과학 역시 1만~1만2000원 사이 박스권이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지속 중이다.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닿으면 공매도가 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HLB는 지난 2월20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이틀 뒤인 22일 공매도 비율(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수량 비율) 12.13%를 기록했고 이날 주가는 7.7% 하락했다. 올해 코스닥150 구성종목 평균 공매도 비율(5.58%)의 2배에 달하는 공매도가 나오며 주가는 급락했다.

최근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지난 5일 종가 3만8550원으로 박스권 상단에 다시 근접하자 다음 거래일인 7일부터 매일 공매도 비율 10%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공매도 비율은 19.37%였고 주가는 12% 하락했다.


HLB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HLB생명과학은 지난 2월20일 17.6% 급등한 후 2월22일부터 3월8일까지 매일 10% 이상 공매도가 나왔다. 이 기간 주가는 15% 떨어졌다. 이후에도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닿을 때마다 공매도가 늘면서 주가가 다시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주가하락이 이어지던 지난 15일에는 공매도 비율이 44.23%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의 절반이 공매도였단 의미다.

특히 최근 호재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HLB는 경구용 표적항함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유럽암학회(ESMO 2022)에서 HLB는 리보세라닙(VEGFR-2 저해)과 중국 항서제약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PD-1 저해)의 간암 1차 치료제 병용 임상 3상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2.1개월로 대조군(15.2개월)보다 6개월 이상 길었다고 발표했다.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6일에는 FD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HLB생명과학은 한국에서 리보세라닙 독점판매권을 보유 중이며 일본과 유럽에서 개발 및 판매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멘텀(주가 상승 재료)이 아닌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본격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더라도 FDA의 승인 기준은 다를 수 있어 실제 승인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며 "판매 허가를 받더라도 기존 의약품과의 경쟁이나 시장 침투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