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웨이팅도 줄었어요"…'바가지' 오명 썼던 제주, 호텔·렌트비 '뚝'

3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도민과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무더위를 쫓고 있다. 2023.8.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숙박·렌트 비용도, 식당 웨이팅(대기 줄)도 반으로 줄었어요." 지난주 제주로 휴가를 다녀온 A씨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바가지 물가'부터 우려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는 "관광명소·맛집 인파가 예전 같지 않았다"며 "관광객이 줄어드니 부르는 게 값이던 물가도 꽤 진정됐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의 지난달 물가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인 것은 지난해와 다른 '여행 물가' 영향이 컸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제주 물가상승률을 이끌었던 승용차 임차료(렌터카), 외식 등 품목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제주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2%였다. 지난해 7월 7.4% 상승했던 것에 비해 6.2%p(포인트) 하락한 물가상승률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주 지역 개인서비스 물가가 4.0%로 1년 전에 비해 3.6%p 하락했다. 여행 품목 물가가 크게 내려간 영향이다. 승용차 임차료(렌터비)가 지난해 7월 24.7% 상승에서 올해 17.4% 하락으로 급격히 둔화됐고 호텔 숙박료는 13.5% 상승에서 2.0%로 상승폭이 줄었다. △여객선료(12.5%→-2.2%) △국내 단체여행비(27.5%→-9.3%) 등 나머지 여행 품목 물가가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외식물가 상승폭은 1년 새 8.6%에서 5.2%로 축소됐다. 세부적으로 △냉면(16.1%→2.7%) △갈비탕(13.9%→4.7%) △맥주(13.4%→4.0%) △쇠고기(17.0%→0.0%) △해물찜(11.5%→5.1%) 등에서 하락했다. 석유류도 △등유(82.7%→-30.8%) △경유(48.9%→-33.7%) △휘발유(24.0%→-21.2%) 등으로 물가상승세가 반전됐고 축산물 가격도 △돼지고기(13.3%→-13.0%) △국산쇠고기(4.5%→-8.2%) 등으로 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여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품목의 물가는 전국 평균 흐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상승했다. 서비스 품목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제주지역이 1.1% 상승해 전국 평균 상승률 1.2%에 못 미쳤고 전·월세 물가는 전국 평균보다 0.3%p 높은 0.6%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전국 평균(21.1%)와 유사한 21.4%의 상승세를, 내구재는 전국 평균(3.0%)보다 낮은 2.8% 상승률로 집계됐다. 섬지역의 특성상 가공식품과 과실 등 물가는 제주지역이 전국 평균을 상회해 각각 7.3% 10.8% 상승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전반적인 개인서비스물가 상승폭 둔화 속에서 제주 지역은 렌트비용 등 관광수요 감소와 맞물려 하락폭이 컸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 여행지 물가는 중국인 등 해외 단체 관광객 입국과 내국인의 해외 관광 출국 등 상·하방 요인이 상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제주 등 지방 지역에서는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면서 "지방은 대중교통 사용률이 상대적 낮기 때문에 석유류 소비지출 비중이 크고 이에 따라 해당 품목의 물가가중치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