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대만 '주권국' 대우? 최초로 FMF 통해 무기 지원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로이터=뉴스1

미국이 처음으로 '주권 독립국'을 상대로 하는 무기 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승인했다. 지난해 미 의회가 승인한 대만에 대한 최대 20억달러(2조6500억원)의 군사 지원 조치 중 일부다. 액수는 8000만 달러로 크지 않지만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30일(현지시간) 대만에 최초로 '외국 군사자금 조달 프로그램(Foreign Military Financing program, 이하 FMF)'을 통해 8000만 달러의 무기를 이전하기로 승인했다. FMF는 통상 '주권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군사 지원 메커니즘이다.

국무부는 이 물자가 "합동 및 연합 방어 능력과 해양 영역 인식 및 해양 안보 능력 강화를 통해 대만의 자위 능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FMF를 통한 무기 지원이 대만의 지위에 대한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미 의회의 고시에 따르면 FMF 자금은 장갑차 및 보병 차량, 포병 시스템, 드론 및 대드론 장비, 통신 및 개인 병사 장비의 구입 및 개보수, 필수 훈련에 사용될 수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에 최대 20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승인했는데, 이는 대만 정부가 미국 방위 계약업체로부터 무기를 직접 구매하는 것과는 별개다.

지금까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다른 경로를 사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무부가 대만의 지위에 변화가 없다고 부연했지만 FMF 프로그램 대상에 대만을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국가' 또는 '국가에 준하는'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FMF에 따라 비국가에 군사 지원을 제공한 사례는 에티오피아에 기반을 둔 주권 국가 조직인 아프리카 연합이 유일하다. 아프리카 연합은 2002년 아프리카경제공동체(AEC)와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통합해 만들어졌다.


AP통신이 입수한 승인 사본에는 FMF가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 장비나 시스템에 대해 지불할 것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원 대상 품목에는 항공 및 해안 방어 시스템, 장갑차, 보병 전투 차량, 드론, 탄도 미사일 및 사이버 방어, 첨단 통신장비가 포함될 수 있다. 보호장비, 중화기 시스템, 탄약, 장갑차 및 보병 전투 차량도 포함될 수 있고 장비 외에 대만 군대의 훈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명시됐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마이클 맥콜 의원은 대만에 대한 FMF 제공을 환영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무기는 대만을 돕고 역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을 보호할 뿐 아니라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