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기채 3배 올인했는데...투자금 반토막, 중고차 한대값 날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최근 미국의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채 3배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올해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한 상품인데 수익률은 대부분 반토막 상태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며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 중 미국채 20년물 3배 ETF(상장지수펀드)인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져리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티커 TMF)를 보유한 투자자는 지난달 27일 기준 총 1만630명이다.

이들의 평균 투자단가는 주당 9168원(매수 당시 환율 기준)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매수할 당시 환율을 반영한 가격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달러 기준 평단가는 약 6.8~6.9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1인당 평균 보유주식수는 1998주로 이를 토대로 계산한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약 1832만원이다.

TMF의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서학개미 1픽인 테슬라(1481만원, 이하 1인당 평균 투자금)보다 많고 △SOXL(미국 반도체 기업 3배 레버리지, 944만원) △TQQQ(나스닥100 지수 3배 레버리지, 899만원) △알파벳(689만원) △아마존닷컴(641만원) △엔비디아(616만원) △애플(347만원) 등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종목들 중에서도 가장 많다.

문제는 손실 규모다.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TMF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9.85%, 1인당 평균 손실금액은 약 730만원이다.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을 날린 셈이다.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상품인데 공교롭게도 수익률은 주요 종목 중 최하위였다. 투자금액에 따라 TMF 한 종목에서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은 투자자도 상당하다.

서학개미가 TMF에 올인한 이유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TMF는 미국채 20년물 선물 가격의 일일 수익률에 3배만큼 움직이는 상품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그 3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므로 수익률의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서학개미가 TMF를 열심히 담았던 7월말~8월초에 미국채 20년물 수익률은 4.2~4.3%, 10년물 수익률은 4~4.1%대였다. 당시만해도 미국 장기채 금리의 상단을 4%초반대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고 이에 따라 금리의 추가 상승보다 하락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9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고금리의 장기화와 중립금리의 상향을 시사했고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장기채 금리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 지연으로 인한 셧다운(업무정지) 위기와 재정지출을 위한 장기채 발행 우려 등이 겹치며 미국채 10년물은 16년만에 가장 높은 4.8%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리가 다시 내려온다면 손실을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기간 투자할수록 손실이 쌓이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고금리의 장기화는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한 미국채 신뢰도 하락이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연준의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까지는 시장금리가 떨어질만한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채 10년물 기준) 금리는 당분간 4.5~5%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는 시점은 내년 2~3분기 이후쯤이라는 분석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기의 둔화나 올해초 발생한 SVB(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같은 금융시장의 충격이 나타난다면 금리 인하 시점은 이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안 연구원은 "지금은 미국 시장금리의 오버슈팅(과도한 상승)이 조금 해소되는 구간에 있기 때문에 장기채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를 고민한다면 지금이 적당할 것"이라며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년 1분기까지는 저점 매수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