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공포' 치우친 증시, 지금이 오히려 기회? "실적주에 주목"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계속되는 악재에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전쟁 등의 여파에 시장 금리는 치솟았고 공포지수도 연고점에 다다르고 있다. 코스피 지수 역시 7개월 만에 2400선이 무너졌다.

공포가 지배한 증시에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주식 비중 확대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최근 증시 조정은 극도의 공포로 인한 과매도 국면이라며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0.8포인트(1.69%) 급락한 2375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3월21일 이후 7개월만에 2400선을 하회했다. 한 주간(10월16일~22일) 하락률은 3.3%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 19일 3%대 급락하며 800선을 내준 이후 20일에도 1.89% 하락한 769.25로 마무리했다. 주간 하락률은 6.51%로 주요 글로벌 증시 가운데 터키 BIST 지수(-7.43%)에 이어 두번째로 하락률이 컸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증시 대부분이 조정을 겪었다. 한 주간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39%, 3.16% 하락했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3.4%, 일본 닛케이 지수는 3.27% 떨어졌다. 유로스톡스50 역시 2.66% 하락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견조한 미국 경제로 인한 추가 긴축 우려가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 9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를 0.3%포인트 상회했다.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도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은 3.7%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9일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필요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파월의 발언 이후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996%까지 치솟았고 장 시작 전에는 한때 5%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2007년7월 이후 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증시에서 할인율을 높이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간증시전망 /사진=임종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최근 저점 대비 8% 반등한 배럴당 88달러대까지 올랐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인다.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 역시 약해진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기 위해 금리와 전쟁 노이즈가 완화해야 하지만 불확실성 완화 시점을 논하기 어렵다"며 "11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10월 고용지표에 관심이 쏠리는데 (고용지표가 약세일 경우) 변동성 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지선으로 인식됐던 2400선이 무너지며 추가 하락 공포가 커지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저가 매수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바닥권일 뿐더러 채권 금리의 추가적인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후행 PBR(주가순자산비율) 0.9배는 2380선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수의 하락 추세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심리가 극에 달한것도 반등을 기대하는 요인 중 하나다. 증시의 투자심리를 알 수 있는 대표지수 중 하나인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지난 20일 26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 영역에 근접했다. 전주 대비로는 7포인트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인식되는 VIX(변동성 지수) 역시 21.71을 기록하며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 3월 수준까지 다다랐다. 통상 공포심리가 극에 달할수록 증시는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 강도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국제전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증시 조정은 하락 추세의 전환이라기 보다 패닉 셀링(공포에 투매하는 현상)에 의한 단기 과매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음달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는 만큼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다면 조정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3분기 실적시즌이 진행 중인만큼 실적 전망이 상향 되거나 수출 회복세가 뚜렷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업종으로 반도체, 자동차, 기계, IT하드웨어 등을 꼽았다.

삼성증권 역시 실적에 주가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실적 발표 이후 저평가 매력이 돋보일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증권의 주간 추천 종목은 SK하이닉스 (189,900원 ▼3,100 -1.61%), 기아 (112,700원 ▼2,000 -1.74%),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 한미반도체 (139,900원 ▼4,200 -2.91%), HPSP (41,250원 ▲50 +0.12%), 현대오토에버 (148,200원 ▼2,200 -1.46%)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