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예능이란? 승차 조인성 VS 하차 전소민

'어쩌다 사장' 시즌3로 돌아온 조인성(오른쪽), 사진=tvN

배우 전소민이 SBS 예능 ‘런닝맨’에서 하차했다. 2017년 합류하고 6년 만이다. 이보다 앞서 ‘런닝맨’을 떠난 배우가 있다. 이광수다. 2010년 ‘런닝맨’의 개국 공신으로 참여해 11년간 동행했으나, 스스로 내려왔다.


반대로 다시 예능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차태현과 조인성은 26일 첫 방송된 tvN 예능 ‘어쩌다 사장3’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배우에게 예능이란 어떤 의미일까?



한동안 배우들에게 예능은 ‘금기’와 같았다. 자칫 배우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2017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방송된 KBS 2TV 예능 ‘하숙집 딸들’. 여기에는 배우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 윤소이, 장신영 등이 참여했다. 특히 연기 활동에 전념하던 이미숙의 첫 예능 고정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미숙은 "이미지를 고수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예능에서 무너지는 모습,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숙은 왜 마음을 고쳐 먹었을까? 그는 말한다. "이것도 하나의 장르라 생각한다. 남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연기라 생각할 수 있다. 요즘은 연기자들도 숨어있는 게 미덕은 아니더라." 즉 예능 속 모습 역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는 뜻이다.


배우의 예능 출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나영석 PD다. 나 PD 이전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뜸한 편이었다. 주로 신작 영화나 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무릎팍도사’, ‘무한도전’, ‘놀러와’ 등에 1회성으로 출연해 홍보에 매진하는 것이 전부였다.

나영석 PD의 페르소나 이서진. 사진=채널 십오야 '뉴욕뉴욕' 시즌2 방송 영상 캡처

하지만 나 PD는 이런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제는 ‘나영석의 페르소나’라 해도 무방한 배우 이서진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나 PD가 KBS 재직 시절 연출하는 ‘1박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서진은 공식 멤버는 아니었고 게스트로 참여해 ‘미대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촉’이 남다른 나 PD는 이 기회를 재차 활용했다. 이서진과 함께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서진이네’ 등을 함께 했다.


따지고 보면, KBS에서 tvN으로 이적 후 나 PD는 정통 예능인보다 배우들을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꽃보다 할배’에는 이순재·신구·백윤식, ‘삼시세끼-어촌편’에는 차승원·유해진, ‘윤식당’과 ‘서진이네’에는 박서준·정유미 등의 배우가 참여했다.


나 PD는 ‘의외성’에 주목한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다져진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그 배우가 가진 인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억지로 웃기지 않는다. 일상 속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고, 이런 류의 연출은 리얼리티 관찰 예능의 인기와 맞물려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나 PD표 예능을 보면, 여행, 농사, 어업, 식당 운영 등 하나의 상황만 주어질 뿐이고 이 배우들은 그저 카메라 안에서 평소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나 PD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신 서유기’와 비교해보자.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규현 등 소위 ‘꾼’들이 참여한다. 이 안에서 그들은 다양한 게임을 즐긴다. 이에 따른 벌칙이 주어지고, 과한 분장도 마다 않는다. 그게 ‘예능인의 숙명’이라 받아들이는 듯하다.


만약 나 PD가 배우들에게 이런 요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배우들은 단박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곧바로 ‘이미지 훼손’이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 떠올린다. 똑똑한 나 PD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그의 연출 방식은 콩트성 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 버라이어티로 확연히 구분된다.

최근 '런닝맨'을 하차한 전소민,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광수와 전소민의 ‘런닝맨’ 하차는 어느 정도 이해된다. 이광수는 연기를 곧잘하는 배우다.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는 함께 출연한 신하균에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런닝맨’을 통해 그는 ‘기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로 인해 ‘초통령’이라 불렸지만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줄어들었다. 그가 ‘런닝맨’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닐까?


이는 전소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엉뚱한 행동으로 ‘여자 이광수’로도 불리며 주목받았지만, 정작 배우로서 그가 제안받는 작품의 수는 줄어들었다는 후문이다. "연기를 포함한 이후 활동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잠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그의 하차 이유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반면 차태현과 조인성은 ‘어쩌다 사장3’에서도 여전한 예능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예능 이미지 고착화를 고민하진 않는다. 이는 연출자 류호진 PD의 솜씨다. 류 PD는 ‘1박2일’을 거친 ‘나영석 라인’이다. 그 역시 예능 속 적절한 배우 활용법을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믿음으로 차태현과 조인성 등은 기꺼이 출연을 결심한다.


연예인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성공한 이미지 하나만 생겨도 활동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더 어렵다. 선입견이 깊게 자리잡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우들이 예능 출연을 놓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