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25% 올린다"…GM만 남은 초유의 美 자동차 파업이 남긴 것

[캐롤튼=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캐롤튼에 있는 한 물류센터 앞 거리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노조는 미국 중산층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으며 중산층 처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노조 파업 원인이 무리한 전기차 육성 정책 때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했다. 2023.09.26.

25년 만의 최장 파업을 이어가던 전미자동차협회(UAW)가 포드, 스텔란티스와 각각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하고 노조원들의 복귀를 지시했다. 두 회사 노조원들은 합의안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제 UAW는 아직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는 제너럴모터스(GM)로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노조는 실적에 맞는 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얻게 됐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28일(현지시간) UAW는 공식성명을 통해 "스텔란티스와 파업 44일 만에 임금 협상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며 "포드 협상과 마찬가지로 기본급 25% 인상(4년 동안), 최저 및 최고 시급 인상, 생활비 수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안이 노조원 표결로 비준 절차를 거치는 동안 근로자들은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스튜어트 스텔란티스 최고 운영자(COO)는 공식브리핑으로 "UAW와 새로운 노동계약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며 "근로자 4만3000명이 모두 일자리로 복귀하길 희망한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흘 전인 25일, UAW는 파업 3개 자동차업체 중 가장 처음으로 포드와 잠정 합의 결정을 밝혔다. 포드 측은 공식 성명을 배포하고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해 기쁘다"고 밝혔다. 포드는 켄터키 트럭 공장, 미시간 조립 공장, 시카고 조립 공장 등지에서 1만6600명이 파업을 벌여왔다. UAW 파업에 지지의 뜻을 나타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힘든 싸움 끝에 선의의 협상을 거쳐 오늘 밤 역사적인 잠정 합의에 도달한 UAW와 포드에 박수를 보낸다"는 반응을 보였다.
UAW "포드·스텔란티스 잠정 합의로 파업 종료... 나머지 GM은 파업 확대" UAW는 이번 파업으로 포드·스텔란티스와 임금인상과 생활비 수당, 파업권 등을 쟁취했다며 자축하고 있다. 동시에 협상에 진전이 없는 GM에 대한 파업 효과를 키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UAW 지도부는 GM의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공장 노조원들에게 새로운 파업을 지시했다. 숀 페인 UAS 회장은 "GM이 공정한 합의를 거부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실망스럽다"며 파업 확대 취지를 밝혔다. GM의 스프링힐 공장은 4000명 직원이 근무하며, 9개 조립공장에 모터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GM의 대형 SUV 및 픽업트럭 생산을 중단시키고 재정적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하지만 GM측은 UAW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한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장래나 직원 고용을 위험에 빠뜨리는 노동계약을 맺을 순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 "전기차(EV)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내용의 협약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에만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기 때문에, 과도한 노동계약은 회사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GM 교섭에서는 퇴직금과 임시직 근로자에 대한 합의 문제가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포드와 스텔란티스보다 더 많은 퇴직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 이전에 고용된 근로자에 대한 연금 혜택 인상으로 경쟁사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밴 뷰런=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밴 뷰런 타운십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에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3대 차 제조사(빅3)에 대항해 파업 중인 UAW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은 원하는 만큼 임금인상과 그 밖의 혜택들을 누려야 마땅하다"라며 격려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파업 노동자와 현장에서 만나 지지 연설을 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2023.09.27.

UAW의 역대 최대 · 최장 파업…피해 규모는?이번 UAW 파업은 25년 만에 가장 긴 미국 자동차 파업으로 기록됐다. 또 자동차 3사 최초 동시 파업이기도 하다. UAW는 지난달 15일부터 포드, GM, 스텔란티스의 대표적인 공장 1곳씩, 1만2700명의 인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UAW는 협상 상황에 따라 파업 규모를 점차 확대하는 '스탠드업 스트라이크(Stand-Up Strike)' 방식을 고수해왔다. 파업 6주차엔 20개 주, 38개 지역 부품 유통시설, 6개 공장 등지로 파업 규모가 커졌고, 참가 인원도 4만6000명까지 확대됐다.

이번 파업 장기화 및 임금 협상에 따른 업체들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는 UAW의 파업 개시 후 3주간 GM 4억800만달러(약 5500억원), 포드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스텔란티스 2억3000만달러(약 3100억원)씩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포드는 파업 여파로 인한 손실을 13억달러(1조7700억원)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포드의 존 로러 최고재무책임자는 "(잠정합의에 따라) 인건비는 차량당 850~900달러(120만원 안팎) 증가할 것"이라며 당초 발표했던 연간 이익전망도 철회했고, 120억달러(16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 투자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GM은 3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4분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실적 전망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업 기간이나 수위를 추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GM에 따르면 UAW의 파업 3주차부터 주당 평균 2억 달러의 비용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6주차까지 약 8억달러 규모다. GM은 또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생산량 40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철회했다.

두 기업의 전기차에 대한 계획 변경은 시장 수요 둔화를 반영한 것이지만 파업 영향으로 인한 비용 증가도 사업 계획이 걸림돌이 됐으리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