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했는데도…숏커버 없었던 에코프로 그룹주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상장사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숏커버(공매도 환매수)가 예상됐지만, 시장에서 숏커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공매도 금지 직후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대량 순매수에 나서긴 했지만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 보다는 단순히 주식을 사 헷징을 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략이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외국인들의 숏 포지션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공매도 금지 첫 날…주요 종목 공매도 잔고 감소폭 미미금융당국은 지난 5일 공매도 한시 금지를 발표했다.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6일 증시는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는 5.66%, 코스닥 지수는 7.34% 상승했고, 코스닥 시장에는 변동성 완화 장치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 급등의 중심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있었다. 외국인은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서 7115억원 순매수했다. 이차전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급격하게 몰리면서 코스피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2위의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 (376,500원 ▼5,000 -1.31%)이 22.76% 폭등하는 등 이차전지 업종의 상승폭이 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4834억원 순매수 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시가총액 1, 2위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가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간 공매도 타겟이 됐던 이차전지 종목들이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의 대량매수가 숏커버라는 추정이 나왔고 실제로도 이뤄졌다. 지난 3일 코스피200 공매도 잔고 비중은 0.77%였으나 6일 0.74%로 줄었다. 0.74%로 내려간 것은 지난 9월27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0.35%에서 0.33%로 감소했다. 그러나 수치를 보면 숏커버 거래는 미미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3일 공매도 잔고 비중이 7.64%로 1위였던 호텔신라 (58,500원 ▲200 +0.34%)는 6일 주가가 5.85% 상승했는데, 잔고 비중은 7.57%로 0.07%포인트 줄었다. 포스코퓨처엠 (276,500원 ▼4,000 -1.43%)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지만 공매도 잔고 비중은 3.92%에서 3.76%로 0.16%포인트 줄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 2위인 에코프로비엠 (212,500원 ▼3,500 -1.62%)과 에코프로 (99,700원 ▼1,100 -1.09%)도 지난 6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공매도 잔고 비중은 에코프로비엠이 5.16%에서 5.02%로 0.14%포인트, 에코프로가 6.75%에서 6.44%로 0.31%포인트 감소했다.


공매도 잔고비중을 보면 일부 종목의 경우 오히려 수치가 늘어나기도 했다. 엘앤에프 (160,800원 ▼1,700 -1.05%)의 경우 7.02%에서 7.10%로 오히려 0.08%포인트 늘었는데, 이는 시장조성자 등의 공매도 물량으로 보인다. 당국은 공매도를 금지하면서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했다.
공매도 포지션 단순하지 않아…펀더멘털 봐야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주요 종목의 공매도 잔고 비중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어떤 방향성을 세웠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본다. 숏커버에 나섰지만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폭등한 탓에 주문체결이 안 됐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단순한 롱숏 전략만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략이 복합적이어서 공매도가 금지됐다고 해서 바로 숏커버링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롱숏전략은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예상해 롱(주식매수)과 숏(공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전략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통상적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할 때는 단순한 롱숏을 넘어 선물 등과 함께 구축한다"며 "순수한 롱숏 전략에 따른 포지션은 공매도 금지에 따라 청산됐을 수 있지만, 보통 포지션은 복합적이어서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숏커버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펀더멘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사태의 여진은 이번주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것으로 보이고, 이는 실적·펀더멘털을 도외시하는 수급 불안 장세를 만들면서 증시의 대응 난이도를 높일 전망"이라며 "왜곡된 환경 속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등과 같은 수출 실적 및 이익 전망이 호전되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