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사라졌다…한은, 금리인하 피봇은 언제?

한국은행이 11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1년째 금리를 연 3.5%로 묶었다. 향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그렇다고 상반기 내 한은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작다. 3분기는 돼야 한은이 금리 인하로의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8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통화 긴축·완화 요인이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 등 경기 부진과 최근 불거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여전히 3%대로 높은 물가와 언제 튈지 모르는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추가 긴축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게 이번 금통위에서 진전된 내용이다.

지난해 마지막 금통위 당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 중 4명이 물가 불확실성을 감안해 3.75%까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지만 이번 회의에선 그 숫자가 0명으로 줄었다. 박춘섭 전 금통위원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금통위는 이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들이 참여했는데 이들 모두 향후 3개월 정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자는 의견일치를 보였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시장에선 한은이 당분간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 중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연준이 2분기 중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물가도 한은이 예상한 경로대로 점차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 내 기류는 사뭇 다르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금리인하로의 전환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통방문에서 긴축 기간 관련 문구를 기존 '상당 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이날 금통위에서도 이 문구를 유지했다. 현재 전망 경로상 큰 변화가 없다면 기준금리를 3.5% 수준으로 유지하고 그 기간을 충분히 장기간 가져가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날 금통위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금중대)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해 취약부문·지방 중소기업을 한시 지원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윤제 금통위원은 금중대 지원이 지금의 금리 수준을 장기간 가져가겠다는 한은 통화정책 기조와 다른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며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나머지 위원들은 금중대 지원이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 아닌 선별적 지원이기 때문에 한은의 고금리 기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봤다. 찬반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의 고금리 기조를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은 금통위원들이 전혀 (금리인하를 할) 그럴 의도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한 것 같다"며 "물론 데이터가 변하면 다시 봐야하겠지만 이 시점에서 사견으로는 6개월 정도는 금리인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제약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통화정책이 (긴축을 통해) 물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불가피하게 물가 안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러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