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비룸, 진짜 좋은 팝에 대한 기대 심어준 'Yes Or No'

/사진=앳에어리어

한국 힙합 신을 대표하는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 팀 그루비룸이 돌아온다. 무려 7년 만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앨범을 발매하는 그루비룸이 새 앨범을 통해 추구하는 건 "그냥 진짜 좋은 팝을 만들자"는 것이다. 본격적인 앨범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선공개 곡은 이들이 추구하는 '진짜 좋은 팝'에 대한 힌트와 함께 그들의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그루비룸은 17일 신곡 'Yes Or No'(예스 오어 노)를 발매했다. '예스 오어 노'는 새 앨범 발매를 확정한 그루비룸이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꺼내든 곡으로 2008년에 발매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러브'를 샘플링했다. 익숙한 도입부를 지나가면 신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편곡으로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듣기편한 멜로디 위로는 르세라핌 허윤진과 크러쉬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첫 벌스를 비롯해 곡의 대부분을 담당한 허윤진은 매력적인 가성을 뽐내고 크러쉬 역시 특유의 소울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허윤진은 '예스 오어 노'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르세라핌의 곡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다양한 자작곡을 선보였던 허윤진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써내려갔다. 특히 원곡의 멜로디는 익숙하지만 노래 자체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허윤진은 사랑을 갈구하는 원곡의 바이브에서 벗어나 이도 저도 아닌 사랑을 노래하는 당찬 애티튜드를 담아냈다. 원곡의 작사가인 김이나 역시 다시 한번 작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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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휘민으로 구성된 그루비룸은 2015년 래퍼 올티의 '졸업' 앨범에 참여하며 데뷔했다. 이후 2017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EP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발매했다. 그루비룸은 이 앨범으로 '한국 힙합 어워즈 2018'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에 올랐고, 올해의 프로듀서로 선정됐다. 첫 EP 이후 7년이 흐른 뒤에야 그루비룸은 새 앨범의 발표를 확정했다.


그 기간 동안 활동이 없던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떤 비트메이커 팀보다도 다양하게 활동했다. 릴러말즈와의 합작 앨범 'Room Service'과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물론 Mnet '고등래퍼' 2·3, '쇼미더머니' 9·11 등의 방송 출연, 레이블 앳에어리어(AT ATREA) 설립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휘민은 릴 모쉬핏이라는 부캐로 프로듀서가 아닌 래퍼로 나서기도 했고 규정 역시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 속에서도 그루비룸 앨범 준비도 소홀히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꽤 시간이 흘러갔다.


그루비룸은 '예스 오어 노' 발매와 맞춰 공개한 녹음기에서 새 앨범을 3월, 늦어도 4월 안에는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휘민은 "프로듀서의 앨범은 랩적인 요소가 담긴 곡을 선공개로 내 마니아를 끌어모으고 타이틀곡은 커머셜한 곡을 내는 일종의 클리셰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걸 깨고 싶다"고 말했다. 휘민의 말처럼 '예스 오어 노'는 마니아 층을 겨냥한 노래라기보다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노래다.


짧지 않은 7년이라는 공백이 있었지만, 그루비룸의 앨범에 기대가 쏟아지는 이유는 두 사람은 계속해서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비트메이커, 프로듀서의 앨범은 비트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지 조합도 중요하다. '예스 오어 노'는 그루비룸의 트렌디한 비트뿐만 아니라 피처링 아티스트를 고르는 안목, 이들이 부를 노래 가사에 대한 선택까지 그루비룸의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