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에 "보복" 꺼낸 바이든…이란 직접 타격? 수위 고민 깊어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개월 이상 두려워했던 '그날'이 바로 이날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

27일(현지시간) '그날'이 왔다. 요르단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3명이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면서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만큼, 미군의 사망은 확전 국면으로 가는 '레드라인'으로 여겨져 왔다. 중동지역 확전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조절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공격의 뒷배인 이란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레드라인' 넘긴 친이란 세력…공화당 "이란 직접 때려라"28일 미 당국은 전날 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군이 적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내고 "이 공격에 대한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 중이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이란 지원을 받는 급진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파악된다"며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방문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보복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다수의 민병대로 구성된 이라크의 '이슬라믹 레지스턴스'는 텔레그램을 통해 요르단-시리아 국경에 있는 4곳을 표적 삼아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밝힌 공격 장소에는 타워 22와 매우 가까운 알루크반 난민 캠프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공격과의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미군 기지 공격과 무관하며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이전과 다른 수준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군사 자금·무기 등을 지원받으며 일종의 '대리군' 역할을 하는 친이란 세력은 개전 이후 150여차례 중동 주군 미군을 공격해왔다. 이에 미국은 확전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이들 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건물과 기반시설에 초점을 맞춰 신중히 반격했다.

NYT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던 이란 대리 단체의 공격이 치명적으로 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미군 사망과 관련해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미군 사상자가 나오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의 대이란 억제 정책은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이란 내부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톰 코튼 상원의원은 "이번 공격에 대한 유일한 응답은 이란 내부와 중동 전역의 친이란 테러세력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 보복"이라며 "그 이하의 조치는 바이든이 군 최고 통수권자 자격이 없는 겁쟁이임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본선 경쟁자 자리를 굳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에 대한 뻔뻔스러운 공격은 바이든의 나약함이 초래한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공격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3차 세계대전 직전에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워22 위성사진/로이터=뉴스1

"너무 과하지도, 유약하지도 않은 대응법 찾는 중"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보복 수위가 높으면 중동 확전이 불가피해서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끝내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파견해 인질 석방 협상 중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이란을 직접 타격하면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수포가 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일종의 '골디락스'(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대응책을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안보 관리였던 브라이언 캐털리스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본격적인 전쟁을 야기할 정도로 과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분쟁을 장기화할 정도로 유약하지 않은, 적정선에서의 대응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현재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가 확전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NYT에 미국은 이란이 직접적인 전쟁을 원한다고 믿지 않으며 이란이 미군을 사망케 한 공격을 명령했는지 판단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동 분쟁이 광범위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