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30% 뛴다"…반등 '청신호' 켠 반도체, 경쟁사 넘으려면

/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반도체 업종의 '3대 선행지표'로 불리는 고정거래가·팹(생산시설) 가동률·재고수준이 모두 개선됐다. 지속적인 시장 수요 증가와 감산 성과가 맞물리면서 반등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예상보다 올해 실적 개선세가 더 빠르고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팹의 올해 1분기 가동률 예상치는 직전 분기(약 70%)보다 10~2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기조가 완화되고, AI(인공지능)·전기차 등 수요가 급등하면서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수도권의 한 반도체 팹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주요 설비 가동률이 상승했다"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상반기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제조사의 재고 수준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감소 추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51조 6306억원으로 2022년 동기(52조 1879억원)보다 10.6% 감소했으며,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15조 6647억원에서 13조 4810억원으로 13.9% 줄었다. 적극 감산 효과로 쌓여 있던 재고가 줄어든데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고객사의 D램 수요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줬다.

메모리 제품의 거래 가격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고정거래가는 D램·낸드플래시 모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특히 D램은 지난해 1월(-18.1%), 지난해 4월(-19.89%) 2차례 큰 폭으로 가격이 추락했으나, 수요가 반등하면서 하락 전 수준인 고정거래가 1.80달러선을 회복했다.

통상 파운드리(위탁 생산) 가동률이 90%를 넘어서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는 점, HBM(고대역폭메모리)·DDR(더블데이트레이트)5 등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D램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올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SK하이닉스는 올해 30% 이상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은 10% 중반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경쟁사가 팹을 대폭 확충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자인 대만 TSMC는 월 웨이퍼 생산량을 6만장에서 10만장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일본 규슈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인텔은 올해 2나노, 내년 1.8나노를 생산해 초미세공정 경쟁력 확보에 나섰으며, SK하이닉스의 경쟁자인 마이크론도 HBM·낸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업계는 지속 투자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기업들이 수요 확대 대응을 위해 생산능력(CAPA)를 늘리고 있어 투자를 멈췄다간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에도 주문량 소화를 위해 4팀·3교대 근무로 팹을 지속 가동할 정도"라며 "팹 가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등 주요 설비와 거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