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 원래 문제 있어" 진술한 학원 원장…여고생 '물고문' 죽인 범인

/사진=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방송화면

통영의 한 무용학원 화장실서 한 소녀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사건은 단순 변사로 처리됐으나 수년 뒤 무용학원 원장의 잔혹한 학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2 범죄 토크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에서는 '통영 무용학원 변사 사건' 편이 전파를 탔다. 방송에는 방송인 안현모, 가수 겸 방송인 이지혜, 법의학자 유성호, 범죄학연구소 김복준 연구위원, 김수현 변호사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용학원에 다니던 고등학생 나영이(가명·당시 나이 19)가 2013년 10월2일 밤 10시30분, 무용학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나영이는 발견된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담당 내과 의사는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CT 촬영 뒤 부검을 했으나 특별한 사인이 없다며 부검서에 '사인 불명'으로 기재했다.

원장은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상처와 흔적들은 자해한 것이다. 평소에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사건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종결되고 나영이의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

/사진=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방송화면

그러나 5년 뒤인 2018년, 강남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에 "나영이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라는 익명의 제보가 도착했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는 CT를 통해 네 개의 갈비뼈가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과 여러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심한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나영이의 폐에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익사' 흔적이 있었다.

이는 무용학원 원장의 물고문에 의한 것이었다. 원장은 사건 발생날 저녁 8시 나영이를 무릎 꿇게 하고 양손을 결박했다. 그리고는 비닐봉지를 머리에 씌우고 그 안에 호스를 넣어 물을 틀었다. 나영이가 정신을 잃으면 물을 뿌려 깨우고 물고문을 반복했다.

아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물고문의 이유는 '원장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지혜는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라며 경악했다.

그러나 나영이의 손에는 결박흔이 없었다. 이에 대해 무용학원 원생들은 "사건 당일 나영이가 학대로 무기력해져 자포자기한 눈빛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멍한 눈으로 학대를 견디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진=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 방송화면

나영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무용학원에서 아예 숙식을 해결하며 청소와 업무 보조를 맡았다. 원장은 나영이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광민 전문의는 "청소년기에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폭력이 있어도 성과가 나타나면 그 학대를 성과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고 견디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원장은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지혜는 "한참 뒤에야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었다는 게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범죄학연구소 김복준 연구위원은 "다쳤을 때 아이들이 병원에 가서 진료받았다. 그런데 진료받은 병원이나 학교에서 전혀 눈치를 못 챘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씁쓸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