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보안회사가 한국 해킹…과기정통부·국정원 "조사 착수"

중국 쓰촨성 청두의 ISOON 사무실. /AP=뉴시스

중국 보안회사 '아이순(I-SOON, 또는 안쉰·ANXUN)'이 외국 정부와 기업·인프라 등을 해킹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타깃이 된 것으로 알려진 국내에서도 대응이 분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국가정보원 등은 저마다 아이순이 빼냈다고 알려진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28일 관계 당국과 보안 업계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KISA·국정원 등은 아이순이 빼낸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실제로 국내 공공·민간 분야의 데이터가 포함됐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앞서 WP(워싱턴포스트)와 NYT(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아이순이 8년에 걸쳐 한국을 비롯해 영국·인도·베트남 등 최소 20개국의 정부·기업,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기구, 구글·MS(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해킹해 기밀을 수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발단은 프로그래머들의 소스코드 공유사이트 '깃허브'에 유출된 자료였다. 이는 아이순 내부 직원이 폭로한 570여개의 파일, 이미지, 로그 기록 등이었다. NYT는 "누가 정보를 유출했는지, 또 동기는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이 문서들이 진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3TB(테라바이트, 약 30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국내 통신사의 고객 통화기록이 아이순의 해킹 데이터 목록에 포함됐다.

한국도 해킹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우리 정부의 관계당국도 일제히 관련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해킹의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깃허브 자료만으로는) 현재까지 확보한 정보들이 제한적인 만큼 실제 해킹이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어떤 정보가 얼마나 유출됐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러 채널을 통해 유출 자료 확보 및 분석을 추진 중"이라며 "외신 보도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했다.


민간 인터넷 정보 보호 주무 기관인 KISA는 사건의 발단이 된 유출 자료를 확보해 국내 통신사가 목록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다. 공공 부문의 정보보안 실태를 점검하는 국정원 역시 문제의 해킹 자료를 확보, 자료의 신빙성에 대한 확인 작업과 함께 정부 또는 공공 부문이 해킹 대상에 포함됐는지를 파악 중이다. 다만 자료가 주로 중국어로 작성된 탓에 분석에 다소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순의 해킹 기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선 중국산 장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중국산 장비에 정보를 빼돌리는 '백도어'가 심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어서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순은 중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내에서도 중국산 장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통신장비의 보안인증 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