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2~3배 충원' 희망, 의대는 반발…끝나지 않는 진통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마감일(4일)에 맞춰 정원 증원 신청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증원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원 배정도 없다'는 강경 원칙을 고수해서다.

일부 소규모 대학에선 현원 대비 2∼3배 가량 많은 정원 배정을 요청하고 있어 전체 증원 신청 규모는 지난해 실시된 정부의 1차 수요조사 결과 나온 2000명 수준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와 의대생들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증원 신청을 둘러싼 진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대학들은 이날 대학 본부와 의대 간 협의를 거쳐 증원 신청 계획을 제출할 방침이다. 상당수 대학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의대 교수 및 학장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해 교육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도 앞선 기자회견에서 "의대 교수들과 여러 부분을 고려해 어떤 숫자가 적절한지 논의 중"이라며 "서류제출에 필요한 사항은 준비했지만 희망 인원과 관련해선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지역 의대들의 증원 신청 움직임은 벌써 감지된다. 아주대는 40명인 정원을 110∼150명까지 늘려 신청하고, 제주대와 울산대도 기존 40명에서 60명 늘린 100명 전후로 증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대 총장은 현 정원 110명을 250∼300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상국립대는 현 76명에서 200명까지, 전남대는 125명에서 최대 176명까지 늘리는 안을 내부 조율 중이다. 교육부는 사전에 각 대학들이 제시했던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란 증원 요구와 전체 신청 규모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도 19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을 늘릴 '마지막 기회'란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수입 증가로 인한 재정적 효과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지역 대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증원 신청을 둘러싼 대학들 내분도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대 학장과 교수들까지 성명을 내고 대학 총장이 정부의 수요 조사에 응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대생들 반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요건에 맞춰 제출한 의대생 휴학 신청은 전체 의대 재학생 수의 28.7%인 5387명에 달했다. 유효 신청 건수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1만4000여명, 전체의 74%에 이르는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낸 셈이다.

정부는 일단 의대 증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설 확충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경북대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내걸고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지역의 거점 의과대학과 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자를 확실히 할테니 걱정말고 의대 정원을 확충해달라"고 독려했다. 교육부는 정원 수요조사가 끝나는대로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안으로 의대 정원 배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