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지 말걸" 중국인들의 후회…1년만에 급증한 이유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사진=정혜인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전기차 소유자의 22%가 구입을 후회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전 설비 부족에 따른 불편이 가장 큰 이유인데,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를 추진 중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현지언론은 13일 맥킨지차이나가 12일 발표한 '2024 중국 자동차 컨슈머 인사이트'(2024汽車消費者洞察) 보고서를 인용, 2023년 기준 전기차 보유자 중 22%가 순수전기차 구입을 후회하고 있으며 다음 차량을 구입할 때 순수전기차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2022년 조사에서는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3%에 그쳤었다.


맥킨지는 중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됐던 지난 10년 전부터 매년 같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맥킨지는 "전기차 구입을 후회한다는 답변 비율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어들었다"며 "전기차에 대한 수용성이 1년 새 이렇게 대폭 악화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다. 그간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량을 인프라 보급 속도가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 불균형이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인 불편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맥킨지는 특히 1~2선 대도시보다 3~4선 중소도시 이용자들의 불편이 훨씬 크다는 점을 들어 인프라 부족을 수용성 악화의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맥킨지는 "3~4선 도시 전기차 오너들의 후회 비율은 무려 54%로 1~2선 도시의 10%보다 훨씬 높았다"며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소도시에서 특히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2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사이버트럭'이 전시돼 있다. 2024.01.28 /로이터=뉴스1

맥킨지 조사 결과 1~2선 도시의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대수는 2020년 7.1대에서 2022년 6.6대로 감소했다. 충전 여건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중소 도시와 시골 촌락을 포함한 지역에서는 2022년 기준 7.6대로 여건이 나빴으며, 2023년엔 무려 9.1대로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상대적으로 경제 면에서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개선되지 않으면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말 그대로 중흥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다. 전기차 자체의 성능은 많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부족한 배터리의 성능으로 중국 북부지역에선 보급이 생각처럼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겨울철에 배터리가 방전돼 차가 서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부와 남부지역엔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이 매년 만만찮게 판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이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충전기 설치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나스닥에도 상장된 리오토는 최근 순수전기차 새모델을 출시하면서 전국에 2만여개 충전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테슬라와 JK모터스, GAC아이안 등도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역시 뉴욕증시에 상장된 니오(NIO)는 아예 배터리 교체 방식을 채택해 이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섰다. 무겁고 부피가 큰 만큼 현재로서는 효율이 높은 방식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런 성역없는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무서운 점이다.

맥킨지는 "인프라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중국에서 전체적으로 순수전기차에 대한 시장 수용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배터리 비용의 하락과 성능의 향상, 고속충전 네트워크의 확장 등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