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00억 저축·여전 PF펀드 나오지만… 사업장 처리 난항 예상

저축은행·여신전문 부동산PF 대출 잔액, 대출 연체율/그래픽=이지혜

다음 달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2차 정상화 펀드가 가동한다. 최대 3000억 규모로 마련될 예정이지만 실제 조성과 집행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2600억원 규모로 추진하려 했던 여전 업계 자체 PF 펀드도 1600억원만 조성됐다. 가격 등 문제로 여전히 PF 사업장 재구조화가 더딘 가운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두고 업계와 당국의 온도 차도 감지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 여전 업계는 두 번째 자체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한다. 예상 규모는 약 2000억원이다. 여전 업계는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자체 PF 펀드를 조성했다. 1600억원 규모다. 올해 1분기까지 자금 집행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라 추가 펀드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펀드 조성부터 실제 집행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본래 여전 업계 자체 PF 정상화 펀드는 4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9개 캐피탈이 1600억원, FI(재무적 투자자)가 24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후 FI 출자액이 1000억원으로 줄면서 펀드 규모가 2600억원으로 수정됐다.

실제로 조성된 펀드액은 1600억원이다. FI가 펀드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펀드 집행도 쉽지 않았다. 여전업권 PF 정상화 펀드는 당초 6곳 사업장을 인수·지원할 예정이었다. 실제로는 4개 사업장만 확정돼 지원됐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1000억원은 올해 집행할 예정이었다"며 "최대한 2차 펀드를 조성하면서 FI를 다시 끌어들이는 등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할 사업장도 논의하다 보니 변동됐다"며 "4개 사업장은 확정됐고 나머지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앞 줄 왼쪽 네 번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저축은행도 757억원 규모의 자체 PF 정상화 펀드를 다음 달 중순까지 조성한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이번에 조성하는 2차 펀드 규모가 최대 1000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330억원 규모의 자체 PF 펀드를 가동한 바 있다. 330억원 펀드의 집행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저축은행 PF 펀드도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자산 매입·매각 측의 견해차가 커서다. 운용사는 수익을 생각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가능하면 손실을 줄이고 싶기에 가격 합의를 보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마다 여러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재구조화 방향성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PF 사업장 처리의 활성화 방안을 두고 업계와 금융당국의 온도 차도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채권이나 주식 관련 시장에 큰 변화가 있어 피해가 예상되면 당국이 안정화 펀드를 만들어 시장의 연착륙을 도왔다"며 금융당국의 도움을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PF가 저축은행만의 문제가 아니고, 경제 전반 문제인 만큼 거시적인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가 더 활성화하고 재원이 보강되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결국 정부에서 좋은 가격에 잘 받아주는 펀드를 새로 만들어 주거나 자산 매각 후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후정산 방식을 도입해달라는 의미로 보인다"며 "이미 캠코 등 관련 펀드가 조성돼 있고 IFRS 도입 이후 회계 기준이 강화돼 사후정산 방식으론 자산을 매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