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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대통령의 '두 개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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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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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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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에른스트 칸토로비치의 '왕의 두 신체'(The King's Two Bodies)라는 고전 저작이 있다. 분명 동일한 사람이지만 사인(私人)으로서의 몸과 공적 역할로서의 몸을 동시에 가진다는 내용을 다룬 저작이다. 영국의 청교도혁명 당시 혁명파가 내세운 '찰스왕의 이름으로 찰스를 벌한다'는 슬로건이 이 논리에서 나왔다. 이 논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자연인 윤석열과 헌법에 따른 선거로 국민이 역할을 부여한 대통령 윤석열이 한 몸에 공존한다.

우리네 아버지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자면 집에서 무섭기도 하고 자상하기도 한 '우리 아버지'와 일하러 나가서 고객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피에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기도 하면서 돈을 벌어 집에 갖다주는 '김○○씨'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피에로 분장을 하고도 고객 앞에서 '우리 아버지'처럼 행동하면 낭패를 본다. 물론 당사자는 집에서처럼 살고 싶을 것이다. 사인의 삶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와 바깥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다.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고 돈을 벌어 집에 가져다 줘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남의 비위를 맞추든 원숭이 탈을 쓰고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든 일하는 사람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돈을 벌어 가족들을 건사한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언젠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친교를 위해 골프를 치던 중 굴러넘어진 적이 있다. 그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였다. 처음엔 '한 나라의 행정수반이 저렇게 행동하다니 부끄러운 사람이군'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내 바뀌었다. 집권 자민당을 만든 기시 노부스케를 외조부로 둔 명문가 출신으로 세계 3대 경제대국의 행정수반인 그는 어느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하겠지만 자기 나라의 국익을 위해 미국 대통령을 잘 접대해야 하는 역할을 그렇게라도 수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고쳐 생각해보니 역할을 수행하려 애쓰는 모습은 어떤 형태가 됐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수받을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연인으로서의 일과 공적 역할인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구분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 임한다면 이번 총선의 결과로 비록 운신의 폭은 위축될 수 있겠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업적을 쌓을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대통령의 정책수단이 아직 '12척'은 남아 있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피고인'으로 현재 재판 중인 '자연인 이재명'과 제1당 당수인 '이재명 대표'를 엄격히 구분해 '자연인 이재명'을 만나기는 꺼림칙하더라도 제1당 당수 '이재명 대표'는 국정을 위해 만나 교섭하고 협상하고 거래해야 할 것이다. 일류배우라면 개인적 사감을 숨기고 주어진 그 어떤 역할도 연기해내야 할 것이다. 비록 연기의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무대에 올라서는 대본에 따라 좋아도 하고 사랑도 해야 한다. 왕과 마찬가지로 배우 역시 두 개의 몸을 가지기 때문이다. '명품배우'가 돼 주어진 대통령의 공적 역할을 무대 위에서 멋지게 수행하고 내려오면 예리한 비평도 하지만 감사할 줄도 아는 우리 국민은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턴 '두 개의 다른 몸'을 어색해 하지 말고 즐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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