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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결단의 행정, 설득의 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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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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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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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고전을 접하다 보면 주옥 같은 아이디어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이 중 하나가 '두 소녀의 케이크 자르기'다. 이 아이디어는 근대 영국의 공화주의자 제임스 해링턴이 제시한 것인데 두 소녀가 케이크를 어떻게 잘라 나눠야 서로 불만이 없게 될까라는 질문의 해답이었다. 아무리 정밀한 저울로 무게를 재고 아무리 권위 있는 어른이 나서서 케이크를 잘라 줘봤자 소용이 없다. 인간 마음은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해링턴은 결과 대신 절차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해법을 제시했다. "소녀 A가 케이크를 2개로 나누고, 소녀 B가 먼저 케이크 조각을 고른다." 이러면 군소리가 나올 리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단을 중시한다. 입법부나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수반으로서 당연히 결단이 업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행정부는 '행'(行, execution)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절에 활약한 공법학자이자 정치사상가 칼 슈미트는 '결단주의자'로 알려졌는데 그는 국가운영에서 결단적 요소를 강조했다. 그가 말한 결단은 자연법적 '진리'와 대비되는 단어였다. 자연법 사상가들은 국가운영의 길을 자연법, 즉 진리와 도리에서 찾았다. 반면 결단주의 사상가들은 결단에서 길을 찾는다. 예컨대 자동차나 사람이 좌측통행을 할지, 우측통행을 할지는 진리와 무관하며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결단'하면 되는 일이다. 좌측이든 우측이든 결단해 실행에 옮기면 결국 한 사회의 질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국가운영에는 이렇게 결단해야 할 부분이 많다. 지도자들은 그래서 '결단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 일 중 결단이 가장 중심이 되는 군대의 지휘에서조차 설득은 필요하다. 결단하지 못하는 지휘관이 최악이라면 결단만 하고 설득하지 못하는 지휘관은 차악이다. 병사들이 결단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긴 하지만 아직 납득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위태롭다. 그래서 군대의 지휘관은 설득의 달인이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은 좀체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납득을 시켜야 한다. 납득되지 않는다면 몸은 움츠러들고 심지어 대오에서 이탈한다. 그래서 좋은 지휘관은 웅변가여야 하고 설득의 달인이어야 한다. 지휘관 중의 지휘관인 대통령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대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늘 연설하기 전 신께 기도를 올렸고 20세기 대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평생 연설문을 고치고 고쳤다. 행정가는 단지 결단만 할지 몰라도 국정을 이끄는 위정자라면 설득해야 한다. 위에서 든 '두 소녀의 케이크' 사례처럼 어느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설득은 사실 흔치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설득을 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할 필요가 줄어들고 국민의 이해라는 단단한 바탕 위에서 정책을 이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이제 3년 남았다. 결단에 능한 대통령에서 설득에도 능한 대통령으로 '기어변속'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위정의 시작은 결단이고, 그 끝은 설득이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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