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또 리튬 직접 확보…칠레 업체와 장기 공급계약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양재 사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현대차·기아가 세계 2위의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다. 배터리 내재화 선언 이후 리튬 등 원자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배터리 핵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2위의 칠레 리튬 채굴업체 SQM은 17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와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QM은 "(현대차·기아는) 향후 수산화리튬 필요 물량의 일부를 SQM으로부터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칠레는 리튬 공급망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칠레의 리튬 매장량은 930만톤으로 세계 1위다. 점유율로는 세계 전체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SQM의 연간 수산화리튬 생산 능력은 4만톤 수준이다. 내년까지 칠레에서만 생산량을 연간 10만톤으로 늘릴 계획으로 중국과 호주에서도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SQ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포드 등에도 리튬을 공급한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광산에서 추출한 리튬은 가공을 통해 수산화리튬으로 전환, 배터리 양극재로 활용한다. 니켈과 합성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에너지 조사전문기관 블룸버그NEF는 2030년 수산화리튬 수요가 약 110만톤 LCE(탄산리튬 기준 수치)로 2020년 대비 10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의 직접 조달처를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희토류, 니켈에 이어 올해는 리튬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공급 과잉 우려로 리튬 가격이 올해 약세를 보이면서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중국 간평리튬, 성신리튬과 각각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핵심 원료를 직접 조달하는 '원료 공급망 내재화'로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판단이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해두면 배터리 제조사의 가격 인상 요구를 최소화하는 등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는 배터리 내재화로 원가 절감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2030년부터 대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시대에 안정적인 생산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배터리 기술 개발, 공급망 확보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