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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경매’로, 선거는 ‘제곱 투표’로…새로운 민주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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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10.0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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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래디컬 마켓’…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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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엔 도시 빈민촌과 부유층이 붙어있다. 극과 극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희한하고도 씁쓸한 풍경이다. 선진국이라고 다를까. 불평등 심화, 경제 침체, 정치 갈등, 포퓰리즘은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공통 사안이다.

문제는 좌파, 우파 모두 지난 50년간 약속이나 한 듯 부자 증세와 재분배, 규제 완화 같은 식상할 뿐 개선 효과도 거의 없는 처방전을 반복적으로 남발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키워 온 자본주의를 비난한다고 권위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평등주의에 집착하는 사회주의는 이상일까.

공동저자인 세계적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뜯어고쳐 시장과 사회를 전면 재설계하자고 제안한다. 언뜻 황당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지만, 듣다 보면 솔깃하다.

우선 저자들은 애덤 스미스, 제러미 벤담 등 ‘근본’(래디컬)으로 돌아간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생산 증진 너머 평등 증진의 수단으로 본 것처럼 우파의 자유지상주의적 열망과 좌파의 평등주의적 목표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관점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저자는 “사유 재산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집중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라며 “경쟁 시장은 우리 사회의 기본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시장은 독점화돼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는다.

이를 제대로 고치고 실현하기 위해 저자가 내놓은 방안은 ‘경매’ 제도다. 하지만 199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트가 제안한 이론과는 다르다. 비트는 모든 재산이 공동 소유되며 이를 임대하고 사용할 권리가 끊임없이 경매에 부쳐지는 방식을 주창했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누구든 재산이나 재화를 사용할 수 있고 임대료 수입은 공공재와 사회적 배당금의 재원으로 쓰이는 게 골자다.

저자는 이런 방식이 투자 효율성 문제를 낳는다는 점에서 더 나은 해법으로 ‘부분적 공동 소유제’를 제시한다. 공동 소유제는 독점 문제를 방지하고 사유 재산제는 투자를 도모하므로 단일한 재산권 제도 아래에서 배분 효율성과 투자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면 각자 재산을 평가하고 평가액을 공표한 뒤 해당 금액에 누구나 살 수 있게 하는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사회와 소유자의 공동 소유제로 소유자는 일종의 임차인)를 만들어 더 높은 임차 계약을 원하는 사용자가 나타나면 그 사용자가 계약을 이어받는 식이다. 스스로 매긴 값에 따라 세금을 내는데, 저자가 책정한 적정 세율은 7%다.

민주주의 정립의 기본인 투표의 문제에서도 이 책은 직격탄을 날린다. 과반수 제도의 오류가 그것인데, 대표적 사례가 히틀러다. ‘과반수 지지를 얻는’ 히틀러는 그 자체로 이미 투표의 민주화를 통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수 집단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탄압할 수 있는 과반수 제도는 결국 1인 독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런 면에서 다수의 횡포, 자질 부족 후보자의 역설적 선출, 다수결의 반복적 사용을 통한 독재 체제 구축 등 여러 결함을 노출해왔다. 저자가 제안하는 민주주의의 대안은 ‘제곱 투표’다.

이를 통하면 매년 모든 시민에게 ‘보이스 크레디트’가 주어지는 데, 그해 투표나 다음 해로 이월해 쓸 수 있다. 다만 이를 표로 전환할 땐 제곱만큼 사용해야 한다. 1표는 1개 보이스 크레디트, 2표는 4개, 3표는 9개에 해당하는 식이다. 이 제도는 자신이 알거나 강한 관심,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에 1표가 아니라 10, 20, 30표를 행사할 수 있어 개인의 선호 강도를 반영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열정적인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이겨 다수의 횡포를 해결하고 선거 결과에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의견이 두루 반영돼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제곱 투표는 집단적 의사 결정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한 일관된 기초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또 주식 시장을 지배하는 기관 투자자를 향해서도 강력한 개혁책을 제시한다. 바로 기관투자자들의 산업 ‘내’ 분산 투자를 금지하고 산업 ‘간’ 분산 투자는 허용하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의 주식 보유에 상한선을 씌우면 자본 시장을 변화시켜 국민 소득 2%에 해당하는 부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큰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데이터 노동에 대한 정상적인 임금 문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저자는 디지털 경제가 어느 때보다 사람이 가장 필요한데도, 데이터 기업이 매년 노동자(프로그래머)에게 지불하는 돈은 창출 가치의 1%에 불과하다며 “지금이 노동자들이 단결해 데이터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는다.

자칫 무모해 보이는 각각의 개혁안들에 대해 저자는 “중요한 목표는 좌우를 아우르며 넘어서는 것이어서 소규모 단위로 실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제곱 투표는 집단적 의사 결정을 하는 소집단에, 공동 소유 자기평가세는 기존의 국공유 재산에 먼저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우리의 접근법의 논리와 한계에 대한 더 많은 논쟁을 원한다”며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고 새로운 사상은 실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래디컬 마켓=에릭 포즈너, 글렌 웨일 지음. 박기영 옮김. 부키 펴냄. 472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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