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부, 김정남 사인 'VX 중독' 공식 확인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이 신경 작용제 VX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를 확인했다.

26일 외신들에 따르면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 보건장관은 이날 김정남이 VX 중독에 따른 심각한 마비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기존 부검 결과를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말레이 경찰은 지난 24일 말레이 과학기술 혁신부 화학국이 김정남 시신의 눈과 얼굴에서 VX를 발견했다며 현재 구금 중인 여성 용의자 2명이 손에 묻힌 화학물질을 김정남의 얼굴에 발랐다고 밝혔다.

수브라마니암 장관은 화학국이 확인한 사실이 병원 부검 결과와 일치한다며 이는 VX가 매우 심각한 마비를 일으켜 김정남을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게 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브라마니암 장관은 고용량의 VX에 노출되면 단기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브라마니암 장관은 또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다른 관련자 가운데 VX 중독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다툭 세리 압둘 사마흐 마트 말레이 셀랑고르 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이 피살당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가진 회견 중에 이 사건의 용의자와 이들에 대한 조사에 관여한 이들을 검진한 결과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압둘 사마흐 청장은 2명의 여성 용의자 가운데 인도네시아 출신인 시티 아이샤가 범행 직후 탄 택시에서 구토 증상을 보였지만 지금은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대한 제독작업을 이날 새벽 완료했다며 공항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제독작업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정남의 독살 원인 물질이 VX라는 게 24일에야 알려진 탓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정남 살해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여성 아이샤는 전날 말레이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 측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범행이 리얼리티쇼의 일부로 알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안드레오 어윈 부대사는 전날 현지 경찰서에 수감 중인 아이샤와 약 30분 동안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아이샤가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기 위해 자신의 손에 묻힌 물질이 '베이비오일'인 줄 알았으며 '장난 동영상' 촬영 명목으로 400링깃(약 10만2000원)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성 용의자로 베트남 여권소지자인 도안 티 흐엉도 같은 날 말레이 주재 베트남 대사관 측에 역시 '장난 동영상'을 찍는 줄 알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