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팔로 골프 '싱글'을 치는 비결

인생에는 중요한 선택 세 가지가 있다. 배우자의 선택, 가치관의 선택, 직업의 선택이다. 이 중에서 성인이 되면 꼭 필요한 게 직업의 선택이다.

직업이 없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는 어렵다. 정부나 개인이 실업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직업 문제가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을 통해 자신의 꿈과 사명을 실현 하게 된다. 각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 일터가 안정되고 결국에는 나라가 안정되는 것이다. 제(齊)나라의 경공(景公)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워야 한다.”

공자는 군주와 신하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간의 역할과 관계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 군주가 군주답고 신하가 신하다울 때 나라가 안정되고 태평성대가 이루어진다. 가정에서도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울 때 가정이 행복의 보금자리가 된다. 성공하는 정치란 임금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와 개인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군신(君臣)과 부자(父子)간에 신뢰가 없으면 어찌 될 지 상상해 보자. 공자에게 질문을 했던 경공은 신뢰가 깨어진 경우를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진실로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고, 아들이 아들답지 못하다면, 비록 곡식이 있다고 한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겠는가?”

군주, 신하, 아버지, 아들에게는 맡은 바 직무가 있다. 그 직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국심이 유별나다고 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도 그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한 까닭이다. 그 열정이 우리나라를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북경 올림픽에서 7위를 한 저력도 국민의 불타는 애국심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애국심이 애국심으로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식정보사회는 전문가시대이므로 애국심은 애직심(愛職心)과 연계되어야 한다. 愛職心은 자신의 직무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그 동안 애국심과 애사심은 많이 강조하였으나 애직심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편이었다. 이제 애직심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국민 각자가 애직심으로 무장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지식근로자를 “자신의 업무를 끊임없이 개선ㆍ개발ㆍ혁신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사람이다”고 정의했다. 지식근로자는 바로 애직심이 있는 사람이다. 애직심이 있는 사람에겐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애직심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 그래서 함부로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君君과 臣臣이란 대통령과 공무원이 애직심을 가지고 일하라는 뜻이다. 기업체의 회장과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회장은 회장답게, 직원은 직원답게 일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이른 바 ‘답게 운동’이 필요하다.

父父와 子子의 의미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녀는 자녀답게 행동해야 한다. 한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학교’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많은 한국의 아버지들은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어서 무면허 운전자처럼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 학교를 통해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인식하고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모티베이터’ 책으로 화제가 된 KTF의 조서환 부사장은 애직심의 표본으로 유명하다. 그는 육군 장교로 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대학 영문과에 편입하여 졸업을 하였으나 오른손이 의수라는 이유로 입사원서를 내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에게 발탁되어 취직을 하고 마케팅 전문가가 되어 수많은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하나로 삼푸, 2080치약 등을 힛트시켜 애경그룹에 크게 기여를 했다. KTF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휴대폰 쇼(Show) 등을 힛트시켜 KTF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왼 손 하나로 골프를 하여 싱글을 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른 손이 없이 어떻게 그런 기적 같은 일을 이루어냈느냐고 물을 때 그의 답변이 흥미롭다.

“제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제가 오른손이 없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바쁘게 살기 때문에 오른손이 다쳤는지 왼손이 다쳤는지 심지어 내가 불구자라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립니다.”

국민 각자가 愛職心으로 무장되면 공자가 말한 君君, 臣臣, 父父, 子子가 저절로 실현된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愛職心을 얼마나 발휘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가을의 문턱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