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후 100만원에 개인 유전자 분석 가능"

"쉽게 말씀드리면, 산업용컴퓨터 밖에 없던 세상에 개인용컴퓨터(PC)와 운영체제(OS)가 처음 선보인 것과 같은 겁니다. '바이오 인포메틱스'(Bio Informatics : 생명정보학)를 통한 의료혁명이 이제 막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이오 인포메틱스는 인간의 방대한 유전자 정보를 컴퓨터로 수집·분석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의약품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박종화(42. 사진) 테라젠 (3,925원 ▲5 +0.13%) 바이오연구소장은 바이오 인포메틱스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다. 지난해 12월 최초의 한국인 유전자 전체 염기서열지도 완전 해독이라는 위업도 박 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3일 바이오기업 테라젠 기업설명회에서 만난 박 소장은 차분하지만 열정적으로 바이오 인포매틱스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KOBIC) 센터장을 사임하고 지난주 테라젠에 합류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DNA 서열분석과 정보추출분석(마이닝)이다.

박 소장은 개인 유전자 분석과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유전자 분석은 시작할 수 있다"며 "다만 분석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등 인프라가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지금부터 조금씩 규모를 키워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 사람의 피를 뽑아 유전자 정보를 완전히 분석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5000만원이다. 박 소장은 앞으로 2년 뒤엔 100만 원 정도로도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프라가 갖춰지고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나면 1인당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DB)에 쌓이는 한국인의 유전자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정확성 역시 높아진다.

"김성진 박사와 함께하려 테라젠 선택"

박 소장이 국책연구소인 KOBIC을 떠나 바이오벤처기업인 테라젠에 둥지를 튼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테라젠의 최대주주이자 연구책임자로 있는 김성진 박사에게 매료됐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현재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이자 가천의대 석좌교수로 암·바이오 연구분야의 권위자다.

박 소장은 김 박사를 가리켜 '연구자로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정직한 과학자'라고 묘사했다. 한국인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가 끝나고 싱가폴의 한 연구소로 떠나려는 박 소장을 김 박사가 만류했고, 박 소장은 결국 테라젠을 택했다. 생각보다 갑갑했던 KOBIC에서의 생활도 이런 선택에 한 몫을 했다.

생명공학+컴퓨터 결합... 궁극적으론 '노화 방지'에 관심

박 소장은 생명공학자이자 '프로그래머'다. 스스로 '프로그래밍 중독자'라고 말할 정도다. 대학 시절 정보공학을 부전공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생정보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렇다고 바이오 분야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박 소장의 아들 이름은 '박수비오'다. '수'는 돌림자고 '비오'는 바이오(Bio)의 줄임말이다.

대학생 신분으로 연구를 시작한 1985년부터 박 소장에게 생명공학과 컴퓨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런 독특한 특성이 박 소장을 바이오 인포메틱스 분야의 선도자로 만든 것이다.

박 소장의 궁극적인 관심은 '노화 방지'다. 바이오 인포매틱스는 그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는 "개인적인 명예나 돈을 얻기 위한 선택은 해본 적이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단지 내가 재미있게 연구하고 그를 통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요경력]
△ 1967년 부산 출생
△ 1994년 영국 에버딘 대학 생화학 석사(수석 졸업으로 석사 학위 인정)
△ 199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생정보학 박사
△ 2000년 유럽생명정보학 연구소 연구원
△ 2003년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부교수
△ 2005년 국가유전체정보센터 센터장
△ 2006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KOBIC) 센터장
△ 2008년 김성진 가천의대 교수팀과 최초로 한국인 유전자 전체 염기서열지도 완전 해독
△ 2009년 국제 생명정보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