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없는 의장성명, 천안함 외교 한계 봉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목표로 했던 북한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내용은 빠지게 돼 '천안함 외교'가 사실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8일 오후(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5+2)이 마련한 의장성명 초안을 회람했으며 9일 오전 9시 30분 전체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로써 3월26일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안보리 논의는 지난달 4일 공식 회부된 뒤 35일 만에 결론을 맺게 됐다.

5+2가 합의한 의장성명 초안은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분명한 연결을 갖고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해석했다"며 "유엔 안보리가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에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고 추가 도발 방지를 강조하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성명 초안에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부정적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반론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당초 정부 목표대로 북한을 명확한 공격의 주체로 명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지 못하고 간접적 비판에 그치게 됐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외교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대국들의 정치적 현황에 따른 국제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예상보다 공고한 북-중·러 관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천안함 외교가 한·중 관계의 악화라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건 초기부터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지속적인 마찰을 겪어 왔다.

특히 한·미 양국이 대북조치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해상에서의 합동군사훈련 계획에 대해 중국 정부가 "외국 군함과 전투기가 황해(서해) 등 중국의 근해에서 우리의 안전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천안함 외교가 알맹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결국 정부가 내놓았던 대북 조치는 남북 교역 중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