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업계 "아~ 옛날이여"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1년에 모델하우스 시공만 10여건 이상했습니다. 올해는 1건, 지난해엔 2건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델하우스만 전문적으로 한 곳은 어떻겠습니까."(A인테리어 업체 관계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연초 계획했던 신규 분양을 대거 연기하거나 취소함에 따라 모델하우스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 일감이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일이 없다보니 직원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모델하우스 시공을 맡는 인테리어업체, 가구와 소품 등을 공급하는 디스플레이업체, 단지배치도 등을 제작하는 모형업체 등 모델하우스 관련 업체들이 매출 감소, 직원 이탈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인테리어 업체 A사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로 모델하우스 인테리어 사업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다보니 담당 직원들을 많이 줄였다"며 "모델하우스 전문시공업체들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 도산한 업체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소재 실내건축 시공능력 평가순위 17위의 선경종합인테리어가 도산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2008년에 인테리어 공사만 63건을 진행한 이 업체는 모델하우스 시공 비중이 높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 업체와 규모가 비슷한 한 업체도 최근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I사 대표는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전에 '밀어내기 분양'이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발주가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며 "건설사들이 분양사업에 예산을 적게 책정하다보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니어처를 공급하는 K사 관계자는 "분양 경기 침체로 건축모형 제작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손이 남아돌아 직원 중 15%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 특성상 군소업체가 많은데 전체 업체 10개 중 1개 회사는 문을 닫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감이 줄다보니 출혈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S사 대표는 "3.3㎡당 인테리어 비용이 전에는 220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원자재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비용은 200만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회사가 일단은 굴러가야 하니깐 제살 깎아먹기식의 사업 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폐업 등으로 모델하우스 사업 입찰 방식도 변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등록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저가 입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쓰러지는 업체들이 있다보니 시공사들이 전체 업체를 대상으로 정보를 축적해 직접 공문을 발송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주택협회가 소속 회원사 8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분양실적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아파트 신규 분양 실적은 연초 분양계획의 47.7% 수준인 4만1735가구에 그쳤다. 특히 40여개 회사는 분양 실적이 한 건도 없다.

인테리어업체들의 모임인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 유형준 국장은 "지난해 업계 전체 실적이 IMF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올 실적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거 부문은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이상 민간에서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내년 전망도 비관적"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