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개혁', 제2의 에버랜드·두산 막는다지만…

주주배정 증자 후 실권주를 이사회에서 처리하는 건 늘 논란거리였다. 과거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대표적인 예다.

두산 (220,000원 ▲13,500 +6.54%)그룹과 CJ (139,100원 ▼1,900 -1.35%)가 BW를 발행했다가 소액주주들의 비난 속에서 무상소각했을 때도 마찬가지. 주주배정 유상증자나 CB, BW발행 당시 실권이 발생하면 이사회는 이를 지주회사나 대주주, 자녀 등에게 배정했고, '헐값','편법상속'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금융위원회에서 26일 내놓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이사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사채와 신주인수권이 분리되는 분리형 BW의 발행도 제한했다. 이로써 삼성그룹 편법상속 논란을 빚었던 에버랜드나 삼성SDS, 중소기업들의 경영권 이전 등의 '재발'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제2의 에버랜드,두산 '논란' 막는다

금융위은 개정안에서 주주배정 증자 후 실권이 됐을 때 이사회에서 임의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새로 발행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적정가격을 밑도는 주주배정 증자를 할 때는 신주인수권증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하고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제한토록 했다.


이유는 신주배정시 기존 주주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실권주가 저가로 대주주일가 등 3자에게 배정되면서 편법증여, 경영권양도 수단으로 남용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3자배정유상증자 할인율은 10%로 제한돼 있지만, 실권주는 주주배정의 형태로 훨씬 더 싸게 발행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또 대기업이 편법 상속용으로 자주 활용해온 분리형 신수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제한된다. 분리형 BW의 경우 대주주들이 분리형 BW를 장외에서 헐값에 매입하는 형식으로 지분율을 확대하기도 하고 싸게 매입한 BW를 고가에 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02년과 2003년 CJ 이재현 회장과 두산 (220,000원 ▲13,500 +6.54%) 대주주일가는 각각 CJ엔터테인먼트 두산 BW를 인수했다가 참여연대와 소액주주들의 비판 속에서 무상소각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총수 일가의 문제성 주식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사례는 107건으로 삼성, 현대차 뿐 아니라 GS, SK, CJ, 효성 등 많은 대기업들이 포함됐다.

경제개역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금융위의 개선안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며 "실권주 처리제도 개선은 편법상속 등으로 이어지는 통로 하나를 끊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자금조달 우려', 해외공모·사모 등은 '무방비'

금융위가 주주배정증자의 실권주에 대해 이사회 임의처리를 금지했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자금조달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성'만을 강조해 '수익성'을 강조하는 업계의 이해관계와는 엇갈린다는 것. 반대급부로 조건부자본증권·독립워런트 등의 발행을 허용해 줬지만 '주주배정 방식'이나 '분리형 BW'의 매력에 비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창투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계속 제한만하고, 규제만 늘리면서 투자와 기업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공정성에만 치중하면서 수익유인이 낮아지고, 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증자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주주들의 경우에도 공정성보다도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이사회에서 신속하게 조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주주배정 실권주 제한이 편법상속을 막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효성, 동양메이저, 현대산업개발, 신세계,CJ 등 많은 대기업들이 주주배정증자보다는 해외공모나 사모 형태의 CB, BW를 발행하면서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김상조 교수는 "구주주를 우선하는 주주배정증자 자체가 미국에는 없고, 유럽과 일본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주주배정증자 자체에 대한 논란도 많다"고 밝혔다.

또 해외공모나 사모 CB,BW의 경우 애초부터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인정한 판례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