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삼성·현대車 '방긋' 포스코 '우울'

- 원/달러 환율 이달들어 10.5% 급등
- 삼성전자, 환율 10원 오를 때 영업익 3000억원 증가
- 포스코·대한항공 등 연료·원료 수입 및 외화부채 많아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유럽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업체들은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포스코, 대한항공 등 연료·원료 수입이 많은 기업들은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9원 뛰어오른 1179.8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말 1066.8원에서 이달들어서만 무려 10.6% 급등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최대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포함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3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 강등한 것이 이날 환율 급등의 주된 이유였다. 미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금융시장에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발생할 경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외 지역에서 자금회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디스는 최근 프랑스 2, 3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SG)과 크레디 아그리콜(CA)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에 대해서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경고했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 수입에 비해 수출이 많은 전자, 자동차, 조선업체들은 수혜를 보는 반면 철강, 항공사 등 연료·원료 수입과 외화부채가 많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30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늘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현대차는 연간 800억원, 기아차는 5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의 경우 상당부분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환율이 오름세를 보일 때에는 환헤지 비율을 줄이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역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

반면 포스코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6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 제품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또 2조원이 넘는 엔화부채를 갖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엔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외화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1749억엔의 엔화 부채를 보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상황별 경영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율 상승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 원가절감"이라며 "자체 원료배합 기술로 저가원료 사용 비중을 늘리는 것이 원가절감 규모의 4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도 사정이 비슷하다. 환율이 오르면 항공기 연료인 항공유(Jet Fuel)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여행객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또 외화부채로 인해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60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616억엔 어치의 엔화부채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 상승으로 줄어드는 국내 승객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 승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환승공항으로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항공기를 갈아타기 편한 시간대로 지역별 비행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