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슈퍼엔고 오나..일본, 환율개입 임박

일본 정부가 또다시 환율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최근 엔화 강세에 부채질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무역 흑자에서 지난 해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만 2조5000억 엔에 이른다. 가장 큰 원인은 일본 경제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엔화 초강세다.


이 때문에 엔화 강세를 직접 저지하기보단 이를 이용해 해외자산을 싼 값에 인수하는 등의 정책을 지향해 온 일본 '노다 정부'가 환율 정책 기조를 바꿀 것인지 주목된다.

◇ "일본 환시 개입 임박"= 앞서 지난 달 25일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제로수준(0~0.25%)인 초저금리 기조를 "최소한 2014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약속했던 2013년 중반보다 보다 기한이 1년 반이나 늘었다. 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이다.

이같은 발표 뒤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달 25일 78.11엔에서 지난 1일에는 76.13엔으로 일주일 새 2.5% 하락,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BOJ)이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루카와 모토히사 일본 경제재정상은 지난 3일 "최근의 상황(엔화 급등)은 거의 대부분 미국 연준의 발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BOJ가 (엔고 저지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미국과 일본의 이자율 차이가 엔화 강세를 이끌기 때문에 통화 정책 차원에서 뭔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여전히 미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신문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일본 경제 정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개입에 나설 경우 미국의 강한 반발 의식, 일본 외환당국이 연준의 보고서에 대해 아직까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최악의 무역적자..환율개입 효과는? = 노다 정부 출범 초부터 외환시장에 14조 엔을 퍼붓는 등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해 10월 엔/달러 환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75엔 대까지 떨어지자 작년 10월 31일 하루에만 10조 엔(약 140조 원)을 시장에 풀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한 때 80엔 가까이 올랐다가 다시 70엔 대로 떨어지며 엔화 강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개입을 두고 일본 내 의견도 엇갈린다. WSJ는 "일본 의회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반면 통화당국은'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상반되게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야마구치 히로히데 BOJ 부총재가 최근 재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 완화 정책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고 발언한 점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일본의 한 관료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BOJ 대한 정치적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