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라고요? 제네릭에 대한 오해

"명품 가방/의류/시계, 완벽한 A/S, 1:1 싱크로율 99.9%"
소위 ‘짜가’라고 하는 짝퉁제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선전문구다. 오리지널 제품이 너무 비싸다 보니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명품을 모방해 만든 짝퉁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전에도 S, D 등의 프랑스 명품 상표를 도용한 귀걸이 목걸이 등 소위 이미테이션 50억 원어치(1만여 점)을 제조해 남대문 시장 등에 유통시켜온 업자들이 특허청단속에 걸려들었다. 이들 업자들은 도시주택가 대로변에 버젓이 공장을 차려놓고, 도매업자들과 접선해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이들이 만든 이미테이션들은 오리지널의 형태만 갖췄을 뿐 소재나 디자인의 일부는 오리지널과 완전히 달랐다.


이런 짝퉁이 국민의 생존권과 관련되는 원자력발전에도 등장했다. 영광원전 5,6호기를 비롯 전국 원전들에 지난 10여 년간 납품된 변전기와 계측기 등의 각종 부품들이 위조된 품질보증서에 의해 버젓이 납품돼 사용돼왔다는 것이다. 최근 잦아진 원전가동 중단 사태가 이러한 짝퉁부품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짝퉁사태는 어제 오늘얘기는 아니다. 과거 한국경제가 초고속 성장국면에 있을 당시, 모방은 범죄가 아니었다. 해외 유명제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가져와 그것과 얼마나 비슷하게 물건을 만들어 내놓느냐가 경쟁력이었다. 그러던 게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무역장벽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내수시장에서 검-경찰 세관 등 사법경찰권을 가진 기관들의 짝퉁단속이 일상화됐다.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한 예방책으로라도 일정수준의 단속 ‘실적’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이 약에도 존재할까? 만약 약에도 그러한 짝퉁이 존재한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농약이나 중금속이 과량 들어간 불량식품 정도가 아니다. 최근 일부 라면의 수프에 들어간 원료에 벤조피렌이란 발암성 물질이 기준치이상 들어간 걸로 호들갑을 떨었는데 만약 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파장은 리콜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짝퉁시대에 살다보니 일반 국민들의 인식에는 소위 제네릭 의약품도 짝퉁의 일종쯤으로 어느 정도 각인돼 있다. 오리지널 약을 베껴 만든 ‘복제약’이란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과는 전혀 원료부터 다르고 그 효능은 물론 약물의 조성이나 함량, 성분의 형태나 구조디자인이 오리지널과 다른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해 적어도 약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리지널약과 다른 원료를 쓰거나 다른 제조법을 사용해서 최소한 비슷하거나, 아니면 다른 효과를 내는 주성분을 가진 제네릭 약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제법특허로 인정받거나 아예 새로운 약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먹는 모든 약은 세가지로 구분된다. 전문의약품, 일반약, 그리고 지난 15일부터 동네 슈퍼에서 팔리는 ‘안전상비 의약품’ 얘기가 아니다.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약은 크게 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 그리고 흔히 복제약이라 말하는 제네릭 약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신약은 약의 화학적 구조나 조성이 완전히 새로운 단일제제 또는 복합제의 의약품을 말하는 것이고, 자료제출의약품은 신약에서 파생된 약으로, 신약과 그 효능이나 효력이 동등하지만 제형이나 투여경로를 다르게 하거나, 화학적 염 형태를 바꾸는 정도의 조작을 거쳐 만든 신약이다.

여기서 염형태를 바꾼다는 건 몸안에서 녹았을 때 이온평형이 달라지면서 약리성분의 흡수율이 달라지게 돼 결과적으로 약효를 개선시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두 약은 세상에 처음 나온 형태와 화학적 구조를 가진 것으로 결국 같은 약리성분을 가진 약이다.

마지막으로 제네릭이란 약도 이미 시판되고 있는 신약과 비교해서 유효성분과 함량, 제형, 용법-용량이 모두 같다. 또한 효능-효과 측면에서도 오리지널 약과 통계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검증된 약이다.

다만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안전 및 유효성에 관한 자료는 이미 오리지널 약을 통해서 입증돼 있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효 동등성을 입증하는 시험방법상의 기준이나 함량과 순도시험 등은 반드시 거치도록 돼있다. 시럽제나 틴크제같은 위험도가 낮은 일부 제형의 경우도 일부 생동성 자료가 면제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이 속하는 정제나 캡슐제 좌제 등은 코팅하는 데 들어가는 일부 성분이 다르거나 약효발현에 중요하지 않은 첨가제 정도가 오리지널 약과 다른 약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네릭은 과학적 계측장비나 검증기술을 통해 오리지널과 동일한 구조결정이나 물리화학적 성질은 물론 독성도 비슷한 정도의 유효성분을 가진 약이면서 전신순환하는 혈액에 흡수되는 생체이용률 측면에서만 통계적으로 동등한 효능과 효력을 가진 것으로 입증된 약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제네릭은 직접 인체를 대상으로 한 생체시험을 거쳐야만 한다. 오리지널과 똑같은 경로를 따라 투약되어야 하며, 일정시간마다 혈중에 흡수된 약의 최고농도(Cmax)와 총흡수량(AUC) 등에서 오리지널과 비교해 일정범위에 들어야만 한다. 심근경색시에 투여하는 니트로글리세린처럼 신속한 약효가 필요한 약에 대해서는 최고농도도달시간(Tmax)도 점검된다.

여기서 ‘일정범위’란 시간간격을 두고 채취된 혈액에 포함된 약리성분의 평균치의 차이가 갖는 90% 신뢰구간이 오리지널 약의 80~125%(원래는 로그변환치로 규정) 범위에 속하는 것을 말한다. 오리지널과 비교할 때 샘플군간의 평균치차가 ±20% 범위안에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기준에 들어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생체이용률이 이 정도의 범위에 들려면 오리지널 약이라 하더라도 품질관리를 잘해야만 인체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제약전문가들의 볼멘 소리다. 그만큼 약효에 대한 일의적인 절대척도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변이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네릭과 오리지널 약은 일란성 쌍둥이다. 표현형(Phenotype)은 약간 다를지 몰라도 그 근원적 속성과 정보는 동일한 유전형(Genotype)을 가진 약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다국적사가 주도하는 제약시장에서 주로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종료와 함께 내놓는 제네릭이 명품을 본떠 겉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복제'짝퉁'으로 비견되는 건 좀 억울하다는 것이다.

약이란 밀가루를 진짜 약이라고 하고 환자에게 복용하게 해도 일정정도의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난다. 그만큼 심리적 또는 생물학적 요인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통계적 수단을 이용해 그 효능-효과를 검증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흡수가 되지 않아야만 약효를 내는 일부 약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방법까지도 모두 동원해 최종적인 약의 효능을 재기도 한다. 당뇨약이나 변비약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당뇨약 가운데 아카보스 같은 약은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 약의 효과를 측정할 길이 없다. 이에 따라 위장관내에서 아카보스가 탄수화물 분해효소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포도당 생성과 함께 혈당을 얼마나 떨어뜨리는가를 재는 식이다.

이밖에도 환자들이 느끼는 임상적 효과도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생동성시험에 반영하기도 한다. 신약에 대한 품목허가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에서도 흔히 쓰는 방법이다. 피험자가 느끼는 치료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설문지를 통해 그 정도를 점수화하여 오리지널과의 동등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만약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다르다고 주장하려면 오리지널과 통계학적으로 동일하다는 생동성시험 결과를 현대 과학적 방법을 통해 반박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제네릭 약을 복용해 보니 효과가 다르더라는 식의 일부 경험적 사례 정도로 과학적 검증절차를 뒤집는 일은 매우 비과학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제약 선진국에선 오리지널약이 비싸다 보니 제네릭이 선호되고 있기도 하다.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70%이상 보장해주는 방식이 아니라서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 굳이 제네릭에 비해 턱없이 비싼 오리지널 약을 무턱대고 선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네릭은 짝퉁이란 개념도 그만큼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약은 안전성 및 유효성심사(구조활성 및 물리화학, 생물학적 성질)와 기준 및 시험방법 심사, 비교용출, 붕해시험 등을 거쳐 안전한 것으로 결론이 난 특허물질 의약품 (신약)이나 신약과의 약효동등성을 입증하는 방편으로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자료제출의약품 또는 제네릭)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된다. 기초적으로 독성검사나 약리학적 검사, 약물동태시험, 품질안정성시험 같은 비임상시험이 선행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의약품 중 오리지널 약을 대신해서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0.08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비율을 5%수준으로만 올려도 건강보험에서 저감되는 급여비용을 포함한 경제적 효과는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 오랫동안, 그리고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지금에까지도 현재화되고 있는 약소비 행태에 있어서의 광범위한 ‘짝퉁의식’을 아직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선진국과의 비교에서 확연히 다른 점이다.

과학적 진실도 결국 믿음의 문제이고 신뢰체계의 문제라는 게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의 주장이다. 그러한 신뢰체계가 바뀌는 걸 패러다임 변혁(Paradigm Shift)이라 한다. 일반 국민들의 신뢰체계의 근본을 바꾸는 정도의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