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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선물 과포장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정연만 환경부 차관 |입력 : 2013.09.06 07:19|조회 : 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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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정연만 환경부 차관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진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균형이론은 신뢰와 협동이 바탕이 되지 않을 때 개인의 최적전략은 집단의 합리적 선택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리는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공범자 A, B가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면 두 사람을 합산한 형 집행기간이 가장 짧아짐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자백하면 본인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여 A, B 모두 자백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판촉경쟁에서도 나타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업은 소비자가 기왕이면 멋들어지게 포장된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화려한 포장을 한다. 그러다보면 딱히 경영실적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같은 제품을 소비하느라 드는 사회적 비용만 상승하게 된다. 이른바 '포장의 딜레마'다.

실상은 과대포장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국민이 열에 아홉이다. 전국적으로 매일 1만 8000천 톤이 넘는 포장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명절이면 선물 과대포장을 지탄하는 언론보도가 넘쳐나고, 같은 제품인데 화려한 포장 때문에 가격이 10~30%까지 증가하는 일도 허다하다.

다홍치마의 선택에는 '같은 값'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하지만 포장은 '같은 값'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하물며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포장이 부풀수록 제조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버려지는 포장을 처리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
같은 값에 다홍치마를 맞추기 위해 정작 중요한 원단이 바뀔 수도 있다. 포장을 키우느라 내용물의 양이 부실해진다거나 그럴 듯한 포장에 비해 제품은 별 볼일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제품의 질이나 가격과는 달리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처리비용과 환경오염 문제는 소비자의 구매결정 요소가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경제활동에 따른 환경비용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과대포장 규제와 함께 제조업체 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 비록 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성 포장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 예가 화장품 용기 두께를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과 선물용 과일에 두르는 띠지를 제거하자는 실천협약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려한 포장보다 친환경포장'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 과대포장 반대 서명, 친환경 포장제품 구매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2011년부터는 한국환경포장진흥원의 그린패키징 공모전과 친환경포장 인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때문에 정부의 촉매제 역할 없이도 과대포장 제품에 대한 비판의식이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일례로 재작년 한 대학생이 유투브에 올린 과자 과대포장 고발 동영상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동영상은 올해 7월부터 '질소를 사니 과자가 덤'인 포장을 규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곧 각종 선물세트가 쏟아져 나오는 추석명절이다. 고마운 사람에게 좋은 선물을 주려는 훈훈한 마음이야 나무랄 데 없지만, 포장지만 화려하고 내용이 부실해 받는 이가 열어봐서 실망하고 짜증만 난다면 예쁜 포장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 기업들을 과대포장의 딜레마에서 구원하는 힘은 소비자에게 있다. '친환경 포장' 선택으로 분리배출 수고 등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고 후손에게 아름다운 국토를 물려주는 데에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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