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前파트장 "야당 비방글, 개인적 소회 올렸을 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전직 파트장이 인터넷 게시판에 정치관련 게시글을 작성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소회였다"며 윗선의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의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심리전단 3팀 5파트장 이모씨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비판글을 쓴 것은 개인적 소회로 올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정당을 만든다는거냐 안 만든다는거냐', '안철수는 문재인 밀어주고 하산했다'는 등 안철수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해 비방글을 올렸다.

또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도 '원숭이는 밀림으로', '박원순님, 빗물에 세금이라뇨' 등의 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해당 글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자기 글을 게시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개인적 소신으로 작성한 것일 뿐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라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의 유투브 동영상을 올리라는 지시는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씨가 올린 동영상은 '오빤 MB스타일'로 이 전대통령의 임기 내 성과를 홍보·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동영상을 게재한 이유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이씨는 "당시 'MB 쥐박이', 'MB 쥐새끼' 등 이 전대통령을 폄훼하는 동영상이 돌아다녀 윗선에서 이를 반박하기 위해 동영상을 올리라고 문자로 지시했다"며 "종북세력을 찾아내는 미끼성도 있었고 홍보성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MB 쥐박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 중 일부는 종북세력이다"며 "국보법 폐지나 한미동맹 폐지 등을 주장하며 자생적 종북세력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활동비를 지급받고 사이버 대응활동을 했던 외부조력자 이모씨에 대해 "월 평균 300만원을 지급한 것은 맞지만 사이버활동비 명목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슈나 논지를 알려주거나 작성방향을 지시한 적은 없지만 종북 세력과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 위주로 글을 쓰고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지는 말라고 당부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외부조력자 관련 신문은 비공개 재판을 통해 상세히 밝히겠다"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이날 오후 비공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