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전 KB 회장, 예상 깬 '경징계' 논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이 사외이사 장악을 위해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나란히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어 전 회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경징계를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제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KB금융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제재수위를 심의했다.


이날 논의 결과 어 전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 상당'(현직에 있었다면 주의적 경고에 해당한다는 뜻), 박 전 부사장에게는 '감봉 상당'의 징계가 각각 잠정 결정됐다. '주의적 경고'는 경징계, '감봉'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번 제재는 이른바 'ISS보고서 사태' 때문이다. 당국의 검사 결과 박 전 부사장이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인 미국 ISS에 내부 경영정보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어 전 회장의 관리감독 책임이 확인됐다. 박 전 부사장은 ISS에 내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어 회장과 대립했던 일부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ISS가 반대 입장을 나타내도록 유도해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시간 논의 끝에 행위자(박 전 부사장)는 감봉, 감독자(어 전 회장)는 주의적 경고를 조치하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이 같은 수위는 금감원이 원래 내리려던 제재안보다 한 단계씩 낮아진 결과다. 박 전 부사장은 직무정지에서 감봉으로, 어 전 회장은 문책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제재가 완화됐다.

박 전 부사장의 불법 행위를 어 전 회장이 알고 있었는지,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등이 관건이었다. 정황증거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어 전 회장의 감독책임이 크다고 주장하는 쪽과 "몰랐다"고 주장하는 어 전 회장의 편을 드는 쪽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제재심의위원회(총 9명)의 외부위원(교수 등 6명)들이 어 전 회장을 감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외이사를 장악하려던 시도에 중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판단했지만 외부위원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최종 확정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이대로 제재가 확정되면 어 전 회장이 실제로 받는 불이익은 거의 없다. 원안인 문책경고는 중징계에 해당돼 어 전 회장이 최소 10억원 이상 받을 예정인 스톡그랜트 등 퇴임 후 성과급이 취소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