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일석이조 효과에 결의 잇따라

지주사 전환으로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최대주주의 지분이 확대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확인되자 기업분할을 결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지속되고 경영 승계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기업 분할을 완료한 대한항공과 동아제약은 분할 전보다 시가총액이 늘었다. 지난 18일 기준 한진칼 (65,300원 ▲200 +0.31%)과 대한항공 (21,700원 ▼150 -0.69%) 시총의 합은 7월 말 분할 직전 대한항공의 시총보다 19.8% 증가했다. 동아제약도 분할 직전인 2월 말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108,400원 ▲500 +0.46%)와 동아에스티 (65,700원 ▲400 +0.61%)로 분할된 현재 시총이 8.27% 커졌다.


기업분할은 한 회사를 분할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에 불과해 이론상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지배구조 투명화, 사업자회사의 기업가치 재평가 등으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특히 업황 전망이 양호하고 가치가 있는 비상장기업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주가는 높은 초과수익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지주사의 향후 신규 투자계획도 주주들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사업자회사에 투자하고 취득 후에는 저평가가 부각되며 할인율이 축소될 수 있는 지주회사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오너 일가가 자회사의 주식을 팔아 지주사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주가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설된 지주사도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분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을 대가로 오너 일가에 주식을 넘겨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과정에서 후계자에게 경영권이 승계되기도 한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은 기업 분할 직전 동아제약 주식을 강정석 사장에게 전량 증여해 경영권 승계를 매듭지었다. 강 사장은 이 지분을 토대로 지난 15일 자신이 보유한 동아에스티 주식 37만주를 동아쏘시오홀딩스 자사주 30만3546주와 교환했다. 강 사장 등 최대주주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은 기존 27.61%에서 34.60%로 뛰어올랐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분할 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상무에게 각각 78만여주씩 총 211만2000주를 증여했다. 지주사로 신설된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이 6.88%에 불과해 앞으로 오너가를 대상으로 대한한공 지분 매입이 예상된다.

지주사 체제가 다방면으로 효과를 내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 (8,450원 ▼50 -0.59%), 한일이화 (9,330원 ▼190 -2.00%), 종근당 (60,700원 ▲400 +0.66%), 아세아시멘트 (276,000원 ▲11,500 +4.35%)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맥스, 동부화재도 지주사 전환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 전환이 항상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솔그룹은 한솔제지와 한솔CSN의 사업부를 분할, 다시 합병해 지주사(가칭 한솔홀딩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지난 7월에 이를 철회했다. 한솔CSN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한솔CSN의 주식매수청구권(4084원)이 당시 시장가(3500원선)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분할, 합병을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주주들이 대거 반대하고 나섰던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호실적 등으로 주가가 좋을 때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