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지배구조 변화 속 투자기회는 어디에?

올들어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양,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은 2세. 3세로 경영권 이양과 더불어 내년 주식시장의 핫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에서는 이미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올해어 삼성은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에버랜드로 양도한데 이어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 합병했다.


이같은 사업 재편 움직임에서 공통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내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의 지분이 25.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지분이 각각 8.37%다. 증권가에서는 제일모직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패션부문의 삼성에버랜드 이양을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풀이했다.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역시 이 부회장의 지분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하기 위해서는 삼성SNS의 구주를 삼성SDS의 신주로 보상해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SNS의 지분 45.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SDS-삼성SNS 합병 후 약 234만주의 삼성SDS 신주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합병전 8.81%에서 11.25%로 높아진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의 합병에서는 현대차가 현대제철의 주요주주로 떠오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제철은 당초 기아차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1.29%, 12.52%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인데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에서 인적분할된 냉연부문을 흡수합병하면 현대제철로부터 합병 신주 917만여주를 새로 취득해 7.87%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떠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 현대제철'로 이어진 순환출자와 '현대모비스 → 현대차→ 기아차 → 현대모비스' 순환출자 외에 세 번째로 '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가 또 만들어진다. 이같은 경우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기아차 3곳 중 한 곳의 지분만 가지고도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부상이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주력계열사의 지분은 거의 없이 현대글로비스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후계승계를 위해 현대글로비스가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중 한 곳의 지분을 인수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면 높은 수익창출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상무는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권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영권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의 양도,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으로 재계 지배구조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 주목해야 할 곳은 대주주가 지배권 확보를 위해 가장 많이 지분을 보유하려는 기업, 돈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대주주가 지분을 다수 보유하는 기업이 향후 배당률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는 지배구조 개편이 더 느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의 사후 CJ, 신세계 그룹분할은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삼성그룹의 입장에서 지주사 전환은 경제적 손실을 안겨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느리면 느릴수록 득이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