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 벽없고…70년대 주거상 오롯이 간직한 아파트"

- 1개동 60가구 둥지…골목 곡선길 따라 설계
- 56㎡ 매매가 최대 1.8억·전세가 1억원 형성



서울역 뒤편 중림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오래된 건축물이 하나 있다. 계단식 곡선 길을 따라 구부정하게 지어진 '성요셉아파트'(중구 중림동 149)가 바로 그것.


당초 이 아파트는 인근에 위치한 '약현성당'이 성도들을 위해 계획한 건물이었다. '성요셉'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하지만 재정여건 탓에 민간에 매각되면서 서민 주거아파트로 완공됐다. 1971년 준공 초기엔 대부분 남대문시장 등 인근 상인들이 주로 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중구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사진=진경진기자

한개 동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엔 총 60가구가 둥지를 틀고 있다. 1층엔 방앗간, 쌀집, 식당, 봉제공장, 미용실 등이 영업 중이고 2층부터 6층까지 주거시설이다. 71년생 주상복합아파트인 셈이다.

아파트 주민간 소통부재가 사회문제로 대두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이곳은 여느 아파트와 다르게 살갑다. 아파트라기보단 담 없는 시골마을에 가깝다. 대부분 주민이 이곳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터라 이웃간 벽이 거의 없다. 중앙 출입구나 미용실, 상가 등지에선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품앗이를 하는 정겨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파트 내부는 한층이 일자로 연결돼 있는데 건물모양에 따라 복도도 길게 휘어졌다. 세월 탓에 외부는 낡고 촌스럽지만 집안은 대부분 리모델링을 해 초기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런 특이한 설계와 70년대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한 성요셉아파트를 '서울 속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시 관계자는 "70년대 아파트들은 현재 대부분 재건축을 했거나 할 예정"이라며 "성요셉아파트는 설계도 특이하고 70년대 주거환경을 살펴볼 수 있어 희소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진경진기자

70년대 주거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성요셉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주민들은 달갑지만은 않다. 이곳에 정착한 지 20년가량 됐다는 한 주민은 "공부하는 학생들인지 들어와서 이곳저곳 사진을 많이 찍고 간다"며 "그렇다고 야박하게 할 수도 없어 모른 척하지만 사실 불편하다"고 말했다.

"언제 재건축될지 모르니 서둘러 보자"라는 심정으로 성요셉아파트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만 당장 이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아파트가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데다 인근엔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약현성당이 있어 증개축이 사실상 어려워서다.

대부분 세입자인 거주민들도 변화보다 안정을 원한다. 지역주민들 역시 재건축보다 70년대 주거상을 그대로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인근 S 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보다 서울시에서 매입해 천주교와 연관된 박물관 등으로 의미있게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성요셉아파트의 56㎡의 경우 매매가는 리모델링 여부에 따라 1억5000만~1억8000만원에 거래된다. 전세는 8000만~1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성요셉아파트 복도. /사진=진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