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재조명' 세계수학자대회 9일간 대장정 마치고 폐막

"수학은 앞으로 핵심 산업 분야에서 절대적 위치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세계 부호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사진=이기범 기자

'수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재조명의 기회를 갖게 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가 9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1일 막을 내린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 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 120여 개국 5000여 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수학자대회의 꽃인 필즈상 시상에서 사상 첫 여성 수상자가 나와 큰 주목을 받았다. 필즈상은 지난 4년간 수학계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세계 기하학의 권위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는 필즈상 재정 이래 78년 만에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메리엄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필즈상은 이번 대회에 4명이 추가되면서 지금까지 총 56명의 수학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은 아직 한 명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한국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느냐', '어떻게 아이들이 수학을 더 잘 하게 할 수 있을까' 등의 숙제를 남겼다.

이번 ICM에는 기조 강연과 분과별 강연, 패널토론 등 수학자들이 최신 연구 결과를 나누는 자리 뿐 아니라 대중 강연과 영화 상영회, 바둑 강연 등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이 다양해 그 어느 때 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이 중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100대 부호 중 한 명인 제임스 사이먼스(James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이 강연자로 나서 "수학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며 한 강연이 눈길을 끌었다. 13조3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이먼스 회장은 44세에 하버드대 교수를 그만두고 수학모델을 이용한 펀드 투자기법을 개발했다. 그는 "수학은 앞으로 금융권뿐만 아니라 인터넷·통신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절대적 위치를 고수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수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 최고의 바둑기사들과 수학자들이 1대 6대결을 펼친 이벤트와 수학과 바둑의 상관관계를 재미있게 설명한 강연도 색다를 재미를 더했다. 이어 일반 대중이 수학을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2010년 필즈상 수사자인 세드리크 빌라니 프랑스 에콜노르말리옹대 교수가 직접 출연한 영화 '왜 내가 수학을 싫어하게 됐나'를 보며 직접 관객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수학(공부)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회에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입시용도 외에는 주목 받지 못했던 '수학'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열린 프로 바둑기사와 수학자들의 바둑 다면기 대결에서 참가자들이 프로 기사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수학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된 이번 대회의 폐막식은 이날 코엑스에서 마지막 강연인 필즈상 수상자인 장이탕 미국 뉴햄프셔 교수의 강연 이후 오후 3시부터 진행된다.

폐막식에서는 대중에게 수학을 널린 알린 사람에게 수여하는 '릴라바티상' 시상식이 열린다. 2010년 하이데라바드 ICM에서 처음 제정된 이 상은 아드리안 파엔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교수에게 주어졌다. 아울러 대회 기간 고생한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도 열린다.

다음 ICM은 20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마르셀로 비아나 리우데자네이루 ICM 조직위원장은 2018년 ICM 개최에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