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고 하지만…갈길 먼 산업기술 보호

"부족한 예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10%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한 정부관계자는 "기술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높지만 실행할 수 있는 지원책이 부족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가 산업기술 보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약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계는 '체감'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주된 원인으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지난 2012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3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역량을 당시 '위험'에서 3단계 끌어올린 '양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중소기업은 약 58개로 정부는 보호구역, 보안관제 등을 점검해 우수(90점이상), 양호(80~90점), 보호(70~80점), 취약(60~70점), 위험(60점 미만) 등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2년이 지난 11월 현재 기술보호역량은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내부적으로도 종합계획 만료시점인 2015년까지 '양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5000개 기업을 목표로 했던 보안관제 수혜기업은 현재 약 3000개 기업에 머무르고 있고, 양성된 보안전문인력은 1500여명(보안관리사 800여명, 보안담당 임원급 전문과정 700여명)으로 내년 목표인 5000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기술개발(R&D)에 한해 11조원을 쏟아 부으면서 기술보호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깨진 장독에 물을 들이붓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정부의 산업 기술 R&D에 해당하는 예산은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방위사업청 등 전체 R&D 예산 65% 가량인 11조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산업부 및 중소기업청에서 운용하는 기술보호 예산은 100억원 수준으로 전체 R&D 예산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산업부에는 산업기술 유출을 전담하는 '과'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부처 전체에서 기술유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사무관 한 명에 불과하다. 산하에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등을 두고 있지만,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중앙부처의 관리 인력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중소기업 기술 유출 관련 담당자는 사무관 한 명에 주무관 두 명. 내년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사무관을 한 명 늘리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현실에 전문가들은 정부조직 내 부서신설, 예산 확장,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한 전향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소극적인 시스템으로는 빠르고 조직적으로 변하는 기술유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준택 한국정보경영연구소장은 "현재는 부처 간 눈치싸움 등으로 인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 지원법' 등을 기준으로 해서 상황과 조건에 맞게 알맞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수직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지원은 결국 정부의 예산과 인력 확충을 통한 지원이 우선돼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보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순위가 계속 밀려나는 상황이지만,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안전이슈'처럼 미리 관리를 해야 큰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