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부터 해제…다시 합의까지

그래픽=김지영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서울시내 최대 규모(29만㎡)의 무허가 판자촌이다. 양재대로를 사이에 두고 타워팰리스와 개포 주공아파트가 있고 마을 뒤로는 구룡산과 대모산이 위치해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여년간 개발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구룡마을 개발이 논의된 것은 2005년 전체 토지의 40%(12만6910㎡)를 소유한 정 모씨가 민영개발을 추진하면서다. 이후 강남구는 2008년 10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추진키로 결정했고 2011년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의 공영개발안을 확정했다.


다음해 8월 서울시는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본격적으로 사업 논의에 들어갔다. 2014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완공한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2년 8월 서울시는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토지주들에게 현금 보상이 아닌 개발이 끝난 후 토지로 보상하는 일부 환지 방식으로 개발 방식을 전환했다. 이에 강남구는 시의 일방적인 사업 방식 변경과 환지 방식이 일부 토지주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고 지리한 공방이 시작됐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국회 국정 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고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올 6월 환지를 기준으로 한 개발계획안과 향후 절차 등 입장을 발표했고 SH공사가 작성한 개발 계획 1차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접수했다.


나흘 후,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개발 계획 방식 관련 절차적 하자나 각종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1차 제안서를 반려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개발방식 결정은 법적으로 무효로 볼 수 없고 특혜여부 판단은 곤란하다"며 "서울시는 강남구와 협의해 조속히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토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SH공사가 작성한 2차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접수했지만 강남구는 이 역시 반려했다. 강남구는 당시 브리핑을 통해 "감사결과 특혜 및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는 곧바로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3명과 SH공사 관계자 2명을 법원에 고발했고 결국 소송전으로 확대, 양측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처럼 서울시와 강남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8월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계획 수립기한(2년)이 만료됐고 구역지정도 해제됐다.

하지만 그 사이 구룡마을에선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조속한 개발사업 재개에 대한 양측의 부담감도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개발을 재개하자는 데 공감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고위관계자들이 만나 물밑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구역지정 해제 4개월여만에 100% 수용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키로 합의, 개발방식을 둘러싼 3년간의 갈등이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