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e잉크' 스마트밴드 소니 '톡' 차보니...

소니 스마트밴드 '톡' /사진=이기범 기자

"모형 아냐?"

손목에 찬 '소니 톡(SWR30)'을 본 주위 동료들의 첫 반응이다. '톡'은 소니가 내놓은 두번째 스마트밴드다. 디스플레이가 아예 없던 이전 모델과 달리 e잉크(전자잉크) 액정이 달려 있다. 일반 LCD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눈 때문일까. e잉크 디스플레이가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다. 백라이트가 없다보니 눈에는 편하다. 하지만 흑백 화면이고 표시정보도 단순하다.


언뜻 e잉크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정보만 보면 영락없이 전시회나 매장에 비치된 목업(Mock-up; 실물크기의 모형 제품)의 액정화면이다. 개인별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는 이용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어쿠스틱한 화면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기자에게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밴드냐? 시계냐?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 시계를 대체하는 '스마트 워치'와 손목 밴드를 대체하는 '스마트 밴드'로 구분된다. 스마트 워치는 일반 시간정보, 전화 문자 수신 정보, SNS, 이메일 송수신은 물론 독자적인 전화통화까지 가능하도록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반대로 스마트 밴드는 걷기, 뛰기 등 건강 정보 트랙킹과 함께 전화나 문자가 들어오면 진동으로 알려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디스플레이도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스마트 워치'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번에 출시된 소니 '톡'은 딱 중간지대다. 먼저 일반 시계보다도 착용감이 편하다. 밴드처럼 손목에 찰 때 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 제법 묵직한 스마트 워치를 찼을 때와 같은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노트북 타이핑을 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차고 있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손목에 뭔가를 차고 있다는 것을 잊을 때도 종종 있을 정도다.


스마트 워치의 필수 기능들도 담겨 있다. 우선 시간정보다. 1.4인치 e잉크 디스플레이로 전원이 나가지 않는 한 '톡' 화면은 항상 시간정보가 표시된다. 전화가 걸려오거나 문자, 메일 등이 날라 오면 알림 창으로 바뀐다. 애플리케이션 설치여부에 따라 걸음 수나 뛴 시간 등 신체활동 정보는 물론 날씨 등의 정보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음성통화까지 지원…'어둠'엔 약해

여기에 '음성통화' 기능까지 지원된다. 초소형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려있다.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오면 동시에 '톡'에에도 진동이 온다. 옆 버튼을 누르면 바로 통화할 수 있다. 통화 음질은 의외로 괜찮다.

물론 한두 번 사용한 뒤 잘 쓰지 않았던 기능이기도 했다. 대부분 남들이 함께 들으면 곤란한 업무 통화였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공공 장소에서도 민폐가 될 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다.

'톡'은 소니의 '라이프로그' 앱과도 연동된다. '걸음걸이 수', '수면 시간' 등 일상을 체크해주는 보조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소니가 e잉크를 디스플레이로 채택했던 건 '배터리' 때문 아닐까 싶다. e잉크는 일반 LCD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훨씬 적다. 스마트밴드를 주로 음성통화용으로 쓸 용도가 아니라면 한번 완충될 경우 최소 이틀은 너끈했다. 실제 '톡'과 함께 한 일주일 동안 배터리 충전 문제로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다.

단점도 없진 않다. 자체 광원이 없기 때문에 야간이나 불빛이 없는 장소에서는 액정에 표시된 정보를 읽기 어렵다. 문자나 카톡 메시지도 간단한 문장이면 모를까 세 줄 이상 넘치면 더 이상 표시되지 않는다. 한번 지나간 메시지도 다시 볼 수 없다. 시간 정보 디자인도 바꿀 수 없다. 결론적으로 e잉크 디스플레이는 그 자체의 정보성 보다는 주머니 혹은 핸드백 속 스마트폰을 보조하는데 보다 충실한 제품이다.

◇착용감과 패션 감각을 따지는 사용라면 OK

"저런 걸 차서 뭐해." 이제껏 스마트 워치들이 나올 때마다 들었던 기자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고작 누구한테 전화 왔고, 메시지를 보다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3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야 하는 지 내키지 않았다. 매번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보다 매일 밤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더 커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톡'을 손목에 찬지 하루 이틀 지나면서 벌써 '없으면 불안한' 생활 도구가 된 느낌이다. 전화통화가 걸려오거나 문자, 메신저가 도착하면 우선 손목을 확인하곤 한다.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는 게 어느덧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추운 겨울철 두툼한 주머니에 넣고 다녀 놓친 전화나 문자가 한두 건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어지간한 전화는 놓칠 리 없다. 물론 '톡'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체 스마트 워치에 대한 선입관이 깨진 것이다.

소니 '톡'은 일반 다른 스마트워치와 비교해 기능과 디지인 면에서 장단점이 확실한 제품이다.

좀 더 나은 기능성을 추구한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내놓는 최신 스마트 워치가 나을 수 있다. 소니도 '톡'과 함께 스마트워치 '스마트워치3'를 함께 내놨다.

하지만 편하게 차고 다니면서 꼭 필요한 기능만 활용할 용도라면 '톡'은 또다른 선택의 대안일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어떤 패션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에 군살 없는 기능만 담은 게 어쩌면 '톡'의 진짜 매력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