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구호대' 의료진 1명, 감염가능성··· 독일 후송 추진

민·군 보건인력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으로 구성된 정부의 '에볼라 긴급구호대(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 대원들이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2014.12.13/사진=뉴스1

지난해 12월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민·군 에볼라바이러스 대응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 의료진 소속 대원 1명이 에볼라 감염 가능성에 노출돼 제3국인 독일로 후송될 예정이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는 2일 오전 합동 브리핑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해당 대원의 감염 여부를 지켜보면서 이달과 다음달 예정된 2·3진 구호대 파견은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호대원 1명, 채혈 주사에 손가락 닿아…4일째 특이증상 없어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호대 소속 A대원은 지난해 12월30일 오전(한국시간)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인근 가더리치 에볼라치료소(ETC)에서 중증 에볼라 환자를 상대로 채혈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몸을 움직여 주사 바늘이 왼손 2번째 손가락 부위의 장갑 3겹을 찢고 피부에 닿는 상황이 발생했다.

A대원은 발생 4일째인 현재까지 피부 손상을 포함, 특이한 외상과 발열·구토 등의 에볼라 초기 증상은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의료대원들은 에볼라 환자의 전해질 성분 등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루 1차례 정도 채혈에 나선다"며 "A대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바늘에) 스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주사 바늘에 닿은 손가락은 압력을 가했음에도 핏방울이 맺히는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훈련 지침에 따라 상황 발생 직후 30분가량 염소 소독약에 손가락을 담그는 등의 긴급 조치가 취해졌다고 권 정책관은 설명했다.

◇WHO 통해 독일 병원으로 후송 추진…잠복기 끝나는 20일까지 격리 관찰

당국은 A대원이 발생 4일째에도 특이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격리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A대원이 채혈하던 중증 에볼라 환자가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는 감염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가더리치 ETC의 운영 주체이자 이탈리아 의료 비정부단체(NGO)인 '이머전시'와 국제 인력의 대응을 총괄하는 영국 개발협력부(DFID) 파견 의료진 등의 권고를 받아 제3국으로 A대원을 후송해 잠복기간을 지켜보기로 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제3국 후송을 결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에볼라 전문 치료 병원에 A대원을 후송할 계획이다.

박철균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왼쪽부터),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26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인력 파견' 선발대 활동 결과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4.11.26/사진=뉴스1

권 정책관은 "파견 의료진은 비상상황 발생시 유럽 등지로 후송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며 "완치된 환자의 혈청을 제공 받을 수 있는 등 유럽이 치료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우리나라에 후송 병원을 선택할 권한이 없어 WHO를 통한 국제시스템에 따르게 됐다"며 "WHO가 유럽 소재 관련 병원에 요청서를 보낸 결과 해당 독일 병원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제3국에 후송할 경우 가장 최상의 병원에 후송해야 한다는 원칙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A대원은 외교부와 독일 당국 간의 마지막 후송 절차를 밟은 후 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에어 앰뷸런스인 피닉스 에어를 통해 베를린으로 후송될 전망이다. A대원은 이후 통상 잠복기간(21일)이 끝날 이달 20일까지 감염여부를 격리 관찰 받게 된다.

정부는 A대원이 잠복기 이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귀국 조치를 밟게 할 계획이다. 감염이 확인되면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할 방침이며 주독 한국대사관을 통해 향후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

◇감염 가능성 남아있지만…정부 "이달 10일 2진 파견, 예정대로 추진"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13일 A대원을 포함해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으로 구성된 1진 구호대를 파견했다. 이들은 △영국에서의 사전 훈련(1주)과 △시에라리온 현지 적응 훈련(1주)을 마친 후 최근 4주 기간인 본격 의료 활동에 돌입했다.

A대원은 향후 감염이 되지 않는 것으로 진단되더라도 본대에 복귀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통상 잠복기가 끌나는 이달 20일은 10일로 예정된 2진 파견대가 시에라리온에 도착해 1진 파견대와 함께 현지 적응 훈련하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 당국은 A대원의 감염 가능성 등이 남아있지만 이달 10일과 다음달 7일 예정된 2·3진 파견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이번 A대원의 상황과 관련해 2·3진의 안전 교육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정책관은 "국내 전문가들은 채혈할 경우 한 사람이 고정하고, 한 사람이 채혈하는 '버디시스템'을 강조했다"며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번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돌발적 상황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차후 교육프로그램을 더 세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우리 긴급구호대가 위험한 치료 활동 등에 놓일 가능성이 크냐는 기자의 물음에 "특정 국가에 위험한 의료를 맡기는 일은 절대 없다"며 "교대 근무로 이뤄지는 만큼 (모든 국가의 의료대가) 똑같은 비중과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