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일감몰아주기 해소 '1석2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191,300원 ▲300 +0.16%) 보유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매각이 성사될 경우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따른 대규모 과세를 피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그러나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살 것으로 예상해 왔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특히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최근 30만 원까지 치솟은 상황이어서 지분 매각을 통한 실탄 확보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 해 초 21만원대에 불과했으나 이날 30만원으로 마감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해 4월 32만원 대까지 올랐다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 등으로 최근 23만원 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 입장에선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르고 현대모비스 주가가 낮은 지금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할 호기"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13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13.39%(502만2170주) 수준이다.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최대 1조3810억 원의 현금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자금을 온전히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5.96% 가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지분 0.67%까지 합치면 6% 이상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이 실제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분 매각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고 공정거래법상 규제에 따른 대규모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비상장사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과세 대상이다.

특히 계열회사와의 거래 등을 통해 오너 일가 등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경우 이익을 제공한 기업과 수혜기업은 물론 오너 일가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43.39%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다. 지난 해 3분기 말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72.6%에 달한다. 2013년 매출액(약 13조원) 기준으로 약 9조4000억 원이 계열사로부터 나온 셈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그간 계열사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 온 이유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정 부회장이 앞서 지난해 그룹 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의 지분 30%를 모건스탠리PE 등에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록딜이 완료되면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43.39%에서 29.99%로 낮아진다. 지분율이 30% 밑으로 내려가 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은 공정거래법 상 계열사 지분 30%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이 이번 지분매각 대금의 일부를 사회공헌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 회장은 그간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어치와 이노션 주식 2000억원어치 등 8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