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병원 모두 '네비도 주사' 금지약물인지 몰랐나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이 호주 전지훈련을 위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수영 선수 박태환씨의 도핑 파문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박씨 측과 병원 측의 해명에 의혹이 일고 있다. 박씨가 맞은 주사가 널리 알려진 금지약물이기 때문이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박씨가 네비도 주사를 맞은 사실을 확인했다. 네비도는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이 생산하는 남성호르몬 주사제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상시금지약물로 지정한 제품이다.


주사에 포함된 테스토스테론 성분은 근육을 빠르게 만들고 근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약물 파문의 주인공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사이클계를 충격에 빠뜨린 랜스 암스트롱이 복용한 주된 약물 중 하나가 테스토스테론이었다.

◇"네비도 주사인지 몰랐다"


검찰에 따르면 병원과 박씨 측은 박씨에 대한 검진 결과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게 나오자 이를 올리려는 차원에서 이 주사를 맞았다. 박씨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주사가 네비도 주사인지 몰랐고 도핑 문제가 있는지 여부만 여러차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역시 해당 주사를 놓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안에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는지는 몰랐다고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호르몬 주사는 그 자체로 도핑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 선수의 호르몬 수치를 올리려고 주사를 맞았다면 도핑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의사는 "주사를 놓은 사람이 남성호르몬 주사가 도핑에 걸리는지도 모르고 주사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특히 유명 선수인 박씨를 담당한 의사가 기본적인 약물지식도 없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네비도 주사는 유명한 금지약물로 설명서에도 '도핑 시험에서 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사이트에서 ‘네비도’를 검색하기만 해도 해당 약물이 금지약물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박씨의 호르몬 수치가 낮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양측 주장 대로라면 박씨의 남성호르몬 수치는 의학적으로 인공적인 투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정상보다 현격하게 낮았다는 얘기다. 신체는 남성호르몬이 충분하면 자체생산을 줄인다. 따라서 낮은 남성호르몬 수치는 외부 약물 투입이 계속됐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기도 하다.

여기에 박씨가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은 한 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담당 의사는 “박태환에게 처음 주사를 놓은 것은 2013년 12월이다. 처방 내용을 서류로 출력하여 매니저에게도 전달했다”면서 “이후 2014년 2월 약물검사를 통과했다고 들었기에 7월 2번째 주사를 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환, 검찰 수사와 별개로 선수자격 정지될듯

양측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 소속사와 병원은 박씨의 도핑 여부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은 셈이다. 도핑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여러차례 확인했다는 소속사의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이번 일로 결국 가장 큰 피해는 박씨 본인이 입게 될 전망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규정에는 '주치의나 트레이너가 금지약물임을 설명하지 않고 선수에게 복용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선수 본인에게 책임을 면제할 수는 없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 수사에서 병원 측의 과실로 금지약물이 투약됐다고 드러나더라도 박씨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2년의 자격정지 징계가 보통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