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패션·라이프 트렌드로 차를 고른다면?

이탈리아 가구 메이커 나뚜찌는 23개의 제작 공정에 화학처리를 하지 않는다. 이러한 '친환경 적'인 몇 가지 제작 과정은 GEM(크라이슬러 전기차 브랜드)이 만든 특별한 차에 그들의 시트를 넣도록 만들었다. 그 차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바티칸에서 즐겨 타던 새 하얀 전기차다./사진제공=나뚜찌

'따뜻한 느낌의 뉴트럴 컬러, 간결한 디자인, 세련된 스칸디나비아 타입…'.

연일 쏟아지는 새 차의 카탈로그나 콘셉트 소개 속에서 자주 보는 대목이다. 수입차나 국산차나 비슷하다.


자동차 회사가 게으른 탓일까? 차는 적어도 3년~5년을 내다보고 만든다. 차도 다가올 트렌드를 미리 예견하고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운전자의 삶에 밀접한 옷과 건축 등 흔히 ‘라이프 스타일’로 통칭되는 최신 유행을 기준으로 차를 고른데도 어색할리 없다.

인테리어, 건축 분야 종사자들에게 올해를 이끌어갈 트렌드 키워드를 들어봤다. 패션 분야는 2015 남성복 S/S(봄여름)시즌과 F/W(가을겨울)가 기준이다. 여기에 맞춰 차를 골라봤다.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자동차의 산업과 유행도 따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i3는 세 가지 트림 중 선택할 수 있다. 모직과 가죽으로 만든 랏지(Lodge), 올리브 잎 추출물로 마감한 갈색 가죽과 유칼리툽스 나무가 들어간 스위트(Suite), 시트에 블루 컬러를 가미한 아틀리에(Atelier)다. 각 트림의 이름은 안락한 주택이나 호텔 공간을 연상시킨다./사진제공=BMW

◇자연이 만든 것

최신 유행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유럽 자동차계에 ‘제네바 모터쇼’가 있다면 건축·인테리어 계에는 프랑스의 ‘메종 에 오브제’가 있다. 20년째 파리에서 매해 1월과 9월, 두 번 열린다. 올해 첫 시즌은 이달 23일부터 시작해 27일 막을 내렸다.


이들이 예보한 올해의 주제는 ‘만들다(make)’였다. 최신 기술도 인간의 손으로 빚어낼 때 한층 진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매해 작가를 선정하고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데 올해는 ‘자연이 만든’, ‘인간이 만든’, ‘기술이 만든’이란 테마로 소개됐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고 천연소재의 질감을 살린 최신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준에서 볼만한 차는 BMW i3다. 타보면 소위 '새 차 냄새(화학접착제 냄새)'가 거의 없다. SF 영화 속 무인 탐사선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겉모습 속에 'i' 시리즈는 원목과 천연 섬유, 무두질한 가죽을 내장재로 사용했다.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원자재다. i3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100%수력발전으로 생산되고 알루미늄은 재활용 자재로 만든 2차 생산품이다. 다른 BMW 대비 70%의 절수와 80%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달 초 열렸던 2015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도 GM의 볼트를 비롯해 새로운 전기차를 소개한 개발자들의 화두는 하나였다. 당장 운전자에게 큰 차가 아니라도 최신 기술과 친환경 트렌드를 즐기고 있다는 기분을 주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의 유명 포털 검색창에 '스칸디나비아' 라는 검색어를 치면 블로그 코너에만 5만 건 이상의 포스팅이 뜬다. 건축과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의외로 많은 이들이 북유럽 스타일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순록 형상이나 원목 가구, 반복되는 특정 무늬가 북유럽 스타일의 전부가 아니다. 볼보 V40 크로스컨트리 실내처럼 자연에서 온 부드러운 색을 고르고 채광을 가능한 끌어들이는 것, 소재의 특색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사진제공=볼보

◇간결하고 안전한 것

지금 한국 인테리어 업계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위시한 북유럽(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유행이 좀처럼 꺼질 줄 모른다. 엄밀히 말해 한국이 받아들이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은 간결한 멋을 추구하는 모든 것을 대신한다.

이 인테리어의 원 뜻은 ‘자연스러운 조건을 찾는 것’이다. 가능한 인공조명보다는 자연 채광을 방안에 들이고,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 천정과 벽을 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잘한 장식 없이 원목의 질감을 살린 가구와 끝을 둥글린 가죽 소파, 그레이, 블루, 올리브 그린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중간 채도의 색으로 만든 소품들로 채운다. 유행을 쫓기보다는 내구성이 좋으면서 질리지 않는 것을 찾는다.

자연스레 최근 볼보의 신차를 떠올릴 수 있다. 실제 볼보는 한국에서 지난해 대비 실적이 50%이상 성장하는 등, 최근 북유럽 트렌드 속에 은근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CUV(크로스다목적차), V40의 모습은 ‘각 볼보’, 즉 전체적으로 사각형이 반복된 듯 보였던 예전 디자인과 다르다. 그러나 볼보의 북유럽 감성은 안 바뀐다. 안전기술을 포기할 바에는 디자인 욕심을 줄이는 식이다.

볼보는 중간 채도의 블루 컬러와 브라운을 '키 컬러(그 차를 대표하는 색깔)'로 즐겨 써왔다. 스웨덴 가구처럼 두툼한 가죽을 시트에 쓰고 무늬가 선명한 원목을 ‘L’자형 키패널에서 빼지 않는다. 새로운 크로스 컨트리에 한 해 금속 패널로 바뀌었다.

바이브란트 코퍼 메탈릭 컬러의 볼보 V40 크로스컨트리. 스웨덴을 위시한 북유럽은 차를 비롯해 기업의 로고 등 다양한 디자인에 푸른색을 즐겨 쓴다. 이유는 이들 지역의 차가운 날씨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 차가운 공기는 사람의 눈에 파란색을 더욱 아름다워 보이도록 만드는 조건이다./사진제공=볼보

◇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쾌활한 것

놈코어의 대세 속에 올해 패션은 복고풍이 가미됐다. 특히 남성 F/W(가을겨울)시즌은 친환경 요소와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스니커즈(운동화)의 매체가 도드라졌다. 디올과 겐조, 프라다와 루이비통 등 브랜드의 거의 모든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은 요즘 '놈코어'의 실제를 보여준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산드로와 리복의 협업(콜래보레이션)으로 만든 인스타펌프 퓨리(스니커즈)의 광고 컷이다./사진제공=산드로

지난해에 이어 모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 ‘놈코어(Normcore, Nomal+Hardcore)’다. 소박하고 평범한 것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부터 패션까지 변함없이 버티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된 요즘 적은 비용으로 보다 편하게,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녹아들었다.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유행을 쫓지도 않는다. 요즘 명품계에서도 ‘00브랜드의 000백이 대세’라는 표현을 듣기 어려운 이유다.

패션 전문가들은 사실 놈코어를 ‘비범한 사람’이 시도해야 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즉, 내면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쫓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겉으론 평범해도 고급스러운 것을 찾는다. 이 트렌드를 대표하는 인물은 스티븐 잡스다. 생전 잡스의 검은색 터틀넥은 유명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에게 따로 주문했던 옷이다. 그냥 저렴한 옷을 입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노멀(평범함)’에 가깝다.

올해 패션에는 1960년대의 활기가 더해졌다. 복고풍의 폭 넓은 바지와 트레이닝 복 소재가 정장에도 섞여 나온다. 슈트에 스니커즈(운동화)는 올해 남성패션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장기 저성장은 이미 예견됐으니 그 속에서 사람들이 우울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 활기차게 나가길 바라는 바람이 반영됐다.

차로 치면 1960년대 청춘의 상징, 포드 머스탱이 적격이다. 20년 앞섰던 캐딜락의 최근 모습도 좋다. 이달 27일 한국에 출시한 6세대 머스탱은 이전세대보다 볼륨을 줄이고 잔근육을 키웠다. 지붕이 낮아지고 트렁크 쪽은 각졌다. '오리지널 마초'의 분위기는 줄었지만 연비 효율을 높인 2.3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하위 트림을 바꿔 실용성을 추가했다.

포드 머스탱 6세대의 디자인은 오랜 오리지널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울퉁불퉁한 보디 라인으로 어디서나 튀던 특유의 남성미가 줄었다는 이유였다. 요즘 남자는 '사이즈 100' 이하의 날씬한 몸을 선호한다. 패션쇼 무대와 미디어가 보여주는 섹시한 남성상은 더욱 그렇다. 포드의 치프 디자이너 크레이그 메트로스는 '대세'를 택했다. 메트로스는 카 디자인 외에도 현대 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인물이다./사진제공=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