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테러] 목격자들 "피할 틈도 없이 1,2초 만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황라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칼에 찔린 현장에 혈흔이 남아 있다. © News1 손형주 기자

"피할 틈도 없이 1,2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 공격이 벌어진 5일 오전 리퍼트 대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은 순식간에 벌이진 일이라 범인을 막거나 대사가 피할 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후 7시간 남짓 지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은 평상시의 모습과 다름 없어 보였다. 유리문과 바닥 등 회관 곳곳에 묻어 있던 붉은 핏자국은 깨끗하게 지워진 상태다.

사건 당시 리퍼트 대사가 앉아 있던 세종홀 헤드테이블에는 김성곤·이주영·장윤석 국회의원 등과 김덕룡 민화협 고문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에 대해 "리퍼트 대사와 의원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최근 대사가 득남한 것에 대해 축하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덕담을 나누는 도중 갑자기 괴한이 대사 뒤쪽으로 돌아가서 공격을 가했다"며 "대사가 피할 틈도 없이 1~2초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공격을 당한 충격으로 대사는 앉아있던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역시 리퍼트 대사와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은 "리퍼트 대사가 행사장으로 들어와 참석자들과 함께 환담을 나누고 음식이 들어오는 때 범인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들이 스프 등 음식을 나르는 도중이라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도 범인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했다.

헤드테이블에서 리퍼트 대사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리퍼트 대사가 칼에 찔리고도 침착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다른 목격자의 증언과 같이 범인 김기종씨(55)가 순식간에 나타나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가 헤드테이블에 앉아 환담을 나누며 음식이 준비되는 순간 김씨가 갑자기 달려들어 리퍼트 대사의 우측 얼굴을 흉기로 찔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 참석자들이 당황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소리를 질렀고, 리퍼트 대사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범인 김씨를 밀쳐 넘어뜨렸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피습에 사용된 흉기를 누군가 수거하려 해 직접 경찰관이라는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인계했다고 전했다.

행사를 위해 세종홀에 있던 구영서씨는 "흉기를 든 김씨가 등장하자 인근에 있던 주변인들이 김씨를 발로 밟아 제압했다"며 "나는 범인이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입을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김씨는 '독도는 우리땅' 등과 함께 미국을 비판하는 말들을 했다"며 "김씨에게 공격을 당한 리퍼트 대사는 턱 등이 찢어져 많은 피를 흘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씨는 "일반 내빈도 아니고 미국 대사인데 경호가 허술했다"며 "당시 경호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민화협 측의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하던 중 테러를 당해 오전 8시쯤부터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헤드테이블에 앉아 강의를 준비하고 있던 리퍼트 대사는 25㎝ 길이의 과도를 든 김씨의 공격으로 오른쪽 얼굴 부위, 왼쪽 손목 등에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강북성심병원으로 옮겨졌던 리퍼트 대사는 연세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범인 김씨는 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를 맡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10년 7월7일 '한일 공동번영'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임 주한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한·미 전쟁연습 규탄 등 1인 시위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6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동료 6명과 함께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기고 '독도지킴이'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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