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창업가, 오히려 스타트업 성장 막는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창업가는 마치 슈퍼맨처럼 활동하려고 한다. 대표, 기술자, 관리자 역할을 모두 하려고 한다. 창업가 자신이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조직관리도 하며 투자유치를 위해 뛰어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학자이자 기업가인 티파니 샌더스 교수(Dr. Tiffany D. Sanders)는 최근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창업가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역할을 담당하려고 하면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교수는 중소기업 전문가 마이클 거버의 'E-신화, 다시 따져보기'(E-Myth, revisited)를 인용하며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의 모든 일과 역할을 직접 맡아야 회사가 잘 돌아간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창업가의 모습은 버스 운전 기사가 지도를 보면서 손님의 불만도 처리하고 차가 고장나면 직접 고치면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에게는 비전은 없고 오직 해야 할 '일'만 있는 것이다.

이런 창업가의 태도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할 뿐 아니라 일의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또 통찰력 있는 리더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팀원들 중 누구도 자신보다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을 거라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인재를 고용하는 데 투자하려 하지 않고 직원들 교육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조직 문화도 경직되게 만든다. 결국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마이클 거버에 따르면 창업가 역할이란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며 복잡하게 널려 있는 것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성숙한 기업가는 처음부터 다르게 시작한다. 테슬라 모터스 창업가 엘런 머스크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방송인이자 기업가인 오프라 윈프리 등은 혁신적인 사업가다.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결정하고 비전이나 목표를 정하면 인재들을 고용해서 올바른 곳에 배치한다. 이들은 인재들을 고용해서 기름이 잘 칠해진 기계가 돌아가듯 회사의 프로세와 전략을 세울 줄 안다.

따라서 모든 사업이 전적으로 창업가 자신에게만 있다는 믿음과 걱정을 떨쳐낼 줄 알아야 한다. 사업 진행 사항을 파악하고 좋은 기술자를 고용해서 그들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창업가는 혁신적인 사업가로서의 역할을 해내면 된다.

버스 운전은 운전기사가 하도록 두자. 창업가는 지도를 보며 방향만 알려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