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vs충북 'MRO단지 유치전'에 답보 상태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국내 항공기 MRO(수리·개조) 산업 육성이 '지방자치단체 싸움'이라는 암초를 만나 답보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경상남도와 충청북도는 MRO산업단지 구축의 핵심기업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유치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KAI는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수출하며, 후속 제품으로 MRO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미 1조원 가량의 MRO패키지 계약을 체결했고, 인도네시아 등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MRO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23일 홍준표 경남지사와 하성용 KAI 사장은 'MRO사업 추진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천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항공정비 클러스터를 유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2010년 KAI와 '항공정비 협력 MOU'를 맺었지만 진척 없이 2012년 MOU 기간이 만료된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반발하며 KAI를 맹비난했다.

KAI는 사천과 청주 중 입주할 곳을 결정하지 않고, 지자체와 협의해 최적의 입지에 MRO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항공업계는 KAI가 국토교통부의 눈치를 보느라 입지를 선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사업성이 타당할 경우 복수 지역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항공업계는 MRO산업단지는 투자효과, 경쟁력,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군·민수 통합단지로 조성해야 효과적으로 육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논리에 따라 MRO 산업단지가 2개 이상으로 분산될 경우 반쪽짜리 육성책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한국형전투기, F-X 3차 사업 등과 연계한 절충교역으로 선진국 업체들의 높은 진입장벽을 뚫을 수 있는 적기인데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서승환 당시 국토부 장관은 "2014년 내로 국내 MRO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종합육성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구체적 일정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